
김성훈 변리사
특허법인 하나 상표/디자인팀 파트너
어디까지가 모방인가: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최근 아이웨어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와 블루엘리펀트(Blue Elephant) 사이의 법적 공방이다.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특정 안경테의 형상을 넘어, 매장의 분위기, 제품의 진열 방식, 패키징의 조화 등 브랜드가 구축한 ‘종합적인 이미지’의 도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 보호의 영역이 선과 면의 일치를 넘어, 브랜드가 뿜어내는 특유의 ‘분위기’와 ‘정체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소비자가 로고를 보지 않고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고유의 ‘시각적 외복(外服)’인 셈이다.

< 이미지 출처 : Gentle Monster – 2025 Fall Collection>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브랜드가 입은 ‘옷’
법학에서는 이를 ‘트레이드 드레스’라 부른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제품의 명칭이나 로고 같은 전통적인 표지를 제외하고, 크기, 모양, 색채, 질감, 심지어는 서비스 방법 등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시각적 요소를 의미한다. 1946년에 제정된 미국의 연방상표법(Lanham Act)은 이러한 권리 보호의 역사적 근간이 되었다. 본래 이 법의 제43(a)조는 타인의 상품을 자신의 것으로 속여 파는 ‘패싱-오프(Passing-off)’나 상표권 침해만을 금지하는 좁은 범위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사법부의 전향적인 해석과 축적된 판례를 통해 등록되지 않은 일반 법상의 마크나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까지 금지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진화했다.
Trade Dress의 탄생배경 (Lanham Act)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의 사법적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기점은 1961년의 Eastman Kodak Co. v. Royal-Pioneer Paper Box Manufacturing Co. 사건이다. 법원은 Kodak의 시그니처 색상인 노랑-빨강-블랙의 조합과 패키지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하며, 이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제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제품에 화체된 총체적 이미지(Total image)가 갖는 고유한 식별력(Distinctiveness)을 비로소 법적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88년 개정안은 이러한 사법적 확장을 명문화하며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를 더욱 공고히 했다.

< 이미지 출처 : Kodak’s Signature color combination – pictured by Zx Teoh >
한국의 부정경쟁방지법과 ‘메로나’ 판결의 교훈
최근 빙그레(Binggrae)는 서주(Seoju)를 상대로 ‘메로나’에 화체된 트레이드 드레스를 도용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과일 맛 아이스크림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취지 하에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법원은 ‘메로나’에 축적되어 온 디자인, 배치 방식, 표현 방법 등의 총체적인 이미지에 담긴 브랜드 가치를 인정했으며, 상대측이 메로나의 주지성과 인지도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명확히 짚어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요소가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떠나, 한 기업이 디자인에 대하여 오랫동안 연구하고 지켜온 ‘가치’에 대해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결과다. 디자인의 외적 모습을 넘어, 디자인이 성장해온 배경과 과정으로 인해 형성된 ‘아우라(Aura)’를 보호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미지 출처 : Binggrae’s Melona vs Seoju’s Melon-bar (icecream) >
하이브리드 IP 전략: 상표, 디자인, 그리고 MSMU
오늘날의 지식재산권은 더 이상 상표, 디자인,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칸막이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 아우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들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IP 보호 전략이 필수적이다. 등록 가능한 권리는 디자인과 상표로 보호하고, 등록이 불가능한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완하여 하나의 완벽한 드레스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현대 산업은 OSOU(One-Source One-Use)를 넘어 MSMU(Multi-Source Multi-Use)로 진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Amorepacific Creatives’는 이러한 MSMU 전략의 정수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그들은 단순히 화장품이라는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모레 성수라는 공간에서의 시각적 경험, ‘성수의 소리’와 같은 청각적 자극, 그리고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한 콘텐츠 경험까지 브랜드가 가진 수많은 크리에이티브 소스(Multi-Source)를 다각도의 산업 분야(Multi-Use)로 전이시킨다. 제품이 공간으로, 공간이 사운드와 패키징으로 확장되어 하나의 강력한 “Amorepacific creatives”라는 총체적 이미지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Amorepacific creatives – SOUND of SEONGSU >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의 아우라: 가치의 총합
결국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그 미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투입된 창의적 가치와 시스템이다. 디자인은 산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예쁘게 포장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회 전체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시각적·공간적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시작점이다. 가치가 설계되지 않은 채 겉모습의 트렌드만 흉내 낸 디자인은 결국 법적 보호막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제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넘어 ‘어떤 시스템적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진정으로 보호받는 디자인은 아름다운 단품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