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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박사 | 벨류포머 대표

 

 

 


 

 

 

비즈니스 현장에서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제품이 완성된 후 덧입히는 마감재'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디자인팀에 요청이 전달되고 그 요청은 대개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되게 보일까요?" 물론 이 질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시각적 완성도는 분명히 중요하다. 다만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출발점은 조금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보일까(How it looks)'보다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it works)'라는 질문에 먼저 시간을 썼다.

 

지난 칼럼에서 카카오톡 개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디자인의 성패는 화면 위의 그래픽보다 그 이면에 깔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해보려 한다. 진정한 비즈니스 디자인이란 겉모습을 다듬는 '그리기(Drawing)'를 넘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 구조(Architecture)'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100년 된 상식을 다시 질문하다 디자인이 비즈니스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테슬라(Tesla)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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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테슬라 >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기 전까지 자동차의 기본 구조는 100년 넘게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앞쪽에는 엔진이 자리 잡고 차체 중앙을 따라 변속기와 구동축이 지나가며 뒤쪽에는 연료탱크가 놓이는 구조였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구조설계였을것이다. 이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더 세련된 곡선과 더 역동적인 그릴 디자인과 더 고급스러운 내장재등으로 매 해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을 내 놓았다. 각 브랜드는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발전시켰고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보고 선택했다. 이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경쟁이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시작했다.

 

"자동차의 심장이 꼭 앞에 있어야 할까?"

 

단순히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바꾸는 것이었다면 테슬라는 '전기로 가는 자동차'를 만든 회사로 기억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 전체에 평평하게 깔았다. 이 단순해 보이는 결정이 만들어낸 변화는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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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테슬라 >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다. 엔진룸이 사라진 앞쪽 공간은 추가 트렁크인 '프렁크(frunk)'가 됐다. 모터는 바퀴 가까이로 이동했고 복잡한 변속기와 구동축이 사라지면서 실내 공간은 넓어졌다. 차체 구조가 단순해지니 제조 공정도 달라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가 만든 것은 '전기차'가 아니었다. 자동차라는 제품의 구조적 전제를 다시 쓴 것이었다. 이것은 스타일링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문제 정의로부터 비롯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자동차를 만들까'를 고민할 때 테슬라는 '자동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갔다. 서비스에도 '엔진의 위치'가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이지만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라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를 다시 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은 물리적인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실무에서 자주 보게 되는 상황이 있다. 비즈니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을 바꾸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즉각적인 성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이 효과를 볼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다른 곳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기업이 제공하는 것 사이에 구조적인 어긋남이 있다면 표면적인 변화만으로는 그 간극이 사라지지 않는다. 디자인은 생각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은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 그 어긋남을 감각적으로 느낀다. 그렇다면 서비스에서 '엔진의 위치를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쉽게 말하면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경험하는 구조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Valueformer에서 우리는 이러한 접근을 'Value Forming'이라 부른다. 비즈니스가 가진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테슬라가 자동차의 구조를 바꿔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듯 서비스 비즈니스에서도 '엔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가진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도 디자인이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도 디자인이며 비즈니스의 구조를 짜는 일도 넓은 의미에서 디자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디자인이 어떤 층위의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겉만 화려하게 포장된 비즈니스는 고객이 실제로 기대와 함께 사용했을 때 기대에 못미치는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탄탄한 구조 위에 세워진 비즈니스는 시각적 표현이 다소 투박하더라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갖추면 가장 좋겠지만  순서가 있다면 구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은 경영자에게 '요즘 유행하는 컬러가 무엇인가'보다 조금 앞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진짜 고객의 문제인가?' 그리고 '우리의 솔루션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르게 조립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그 위에 올라가는 시각적 디자인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화면을 그리기 전에 질문을 디자인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디자인이라는 활동의 진짜 시작점일지 모른다. 비즈니스의 성패는 디자이너의 손끝이 아니라 그 이전에 그려진 설계도 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다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 그 설계도를 펼쳐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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