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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대한민국광고대상> 심사위원

 

 

 


 

 

 

나는 매년 5월경 D&AD 광고제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다. 수많은 캠페인을 보고, 수상작을 분석하고, 업계의 흐름을 읽기 위해 그 도시에 간다. 광고는 그곳에서 가장 빛나는 언어다. 무엇이 잘 만들었는지, 어떤 전략이 먹혔는지, 어떤 메시지가 더 설득력이 있었는지를 밤늦게까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 번 런던을 오갔으면서도 나는 이 브랜드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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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Jolene! 광고를 보러 간 도시에서, 광고 없이 성장한 브랜드를 뒤늦게 발견했다는 사실은 묘하게 아이러니했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배운다. 브랜드는 캠페인으로 설명되고, 전략은 영상으로 증명되며, 성공은 수상으로 기록된다고 대부분의 업계의 사람들이 믿는다. 그러나 런던 북부 뉴잉턴 그린의 작은 베이커리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광고가 없어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가. 이곳은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거창한 슬로건도 없고, 자신을 정의하는 장황한 선언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줄을 선다. 손글씨 로고가 찍힌 종이 봉투를 들고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태도를 공유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 현상은 단순히 빵이 맛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Jolene은 빵을 팔기 전에 구조를 설계했고, 그 구조가 광고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Jolene의 출발점은 제품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창립자 Jeremie Cometto-Lingenheim과 셰프 David Gingell은 이미 런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인물들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그들은 음식이 단지 소비되는 재화가 아니라, 생산 방식까지 포함해 책임져야 할 가치라고 보았다. 프랑스의 재생농업 농장을 방문한 뒤, 그들은 밀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었다. 토양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재배된 곡물을 직접 제분하고,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되며, 빵 한 조각이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니라 토양 회복의 일부가 되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빵을 사는 행위는 소비가 아니라 선택이 되고, 그 선택은 참여가 된다. 광고는 설득을 시도하지만, 스토리는 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구조는 반복을 통해 문화가 된다. 광고는 인지도를 만든다.

 

그러나 이야기는 정체성을 만든다. 인지도는 숫자로 측정되지만, 정체성은 태도로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광고를 브랜드의 중심에 둔다. 광고는 빠르고, 가시적이며, 설명 가능하다. 도달률과 클릭 수, 매출 그래프로 정리할 수 있다. 반면 스토리는 느리고, 측정하기 어렵고, 즉각적인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를 선택한다. 그러나 Jolene의 사례는 묻는다. 속도가 정말 브랜드를 남기는 조건인가. 빠르게 알려지는 것과 오래 기억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철학은 아이덴티티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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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ene의 로고는 여섯 살 아이가 쓴 손글씨다. 정제되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으며, 대문자와 소문자가 뒤섞여 있다. 일반적인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 나이브한 글씨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아이는 미래를 상징하고, 미완성의 글씨는 가능성을 상징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로고 대신 솔직한 손글씨를 택한 선택은 이 브랜드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광고는 완성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려 하지만, Jolene은 불완전함을 통해 진정성을 확보한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완벽함이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이 로고는 조용히 말해준다.

 

공간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거친 석고벽과 노출된 조명, 과하게 스타일링되지 않은 테이블과 의자. 이곳은 트렌드를 소비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다. 주방과 재료에 우선순위를 두고 남은 자원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그러나 그 절제가 오히려 브랜드의 태도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많은 브랜드가 ‘컨셉’을 위해 공간을 설계한다면, Jolene은 ‘방식’이 공간을 규정한다. 그래서 이곳은 한 번 방문하고 사진을 남기는 공간이 아니라, 반복해서 들르는 일상이 쌓이는 공간이 된다. 브랜드는 한 번의 강렬한 캠페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태도가 매일 반복될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요즘 많은 브랜드가 스토리를 말한다. 그러나 그 스토리는 종종 캠페인의 일부로 존재한다. 잘 편집된 영상 안에서만 살아 있고, 캠페인이 끝나면 함께 사라진다. Jolene의 스토리는 다르다. 그들의 이야기는 매일 운영된다. 어디에서 밀을 가져오는지, 어떤 농부와 협력하는지, 왜 직접 제분하는지, 왜 그 손글씨를 그대로 사용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매일 반복된다. 스토리가 광고를 이긴다는 말은, 스토리를 더 잘 포장하라는 뜻이 아니다. 스토리를 실제로 운영하라는 뜻이다. 브랜드를 설명하는 문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말이다.

 

우리는 브랜딩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쉽게 축소한다. 메시지를 바꾸면 해결될 것처럼, 비주얼을 리뉴얼하면 새로워질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브랜드는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문제다. 철학이 먼저 있고, 그 철학이 방식을 만들며, 방식이 디자인을 규정하고, 디자인이 경험을 만들고, 경험이 문화를 형성하는 구조. 이 구조가 완성되면 광고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이 된다. 광고는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기록의 도구로 남는다. 광고는 소음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문화를 가진 브랜드는 굳이 외치지 않아도 기억된다.

 

Jolene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캠페인을 보지 않아도 우리는 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한 조각의 빵을 통해 그 철학에 참여하고 싶어진다. 브랜드란 결국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이 작은 베이커리는 보여준다. 다음 런던 방문 때, 나는 아마도 가장 먼저 Jolene에 들를 것이다. 광고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직접 맛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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