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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변리사

특허법인 하나 상표/디자인팀 파트너

 

 

 


 

 

 

Beyond the beauty

 

오랫동안 디자인의 절대적인 헌법은 ‘완벽한 비례’와 ‘매끈한 마감’이었다. 황금비율에 맞춰 깎아낸 조각상이나,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애플(Apple)의 미니멀리즘이 곧 ‘선(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의 젠지(Gen-Z)와 트렌드 세터들은 더 이상 무결점의 아름다움에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박하고, 기괴하고, 때로는 불쾌해 보이는 것들에 지갑을 연다. 어글리 시크(Ugly Chic)’라는 파격이 나타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트렌드가 단순한 ‘반항심’이나 일시적인 ‘관종’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못생긴 신발이 가장 인체공학적이고, 가장 넝마 같은 옷이 사용자와 가장 긴밀하게 소통한다. ‘못생김’이라는 껍질 속에 ‘혁신적인 기능’과 ‘철학적 가치’를 숨겨놓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사례를 통해, 예쁜 껍데기 그 이상의 가치를 설계하는 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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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Margiela – TABI BABOUCHE LOAFER in Black SS24 >

 

 

 

마치 동물의 발굽(Hoof)이나 일본의 버선을 연상케 하는 이 신발은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타비(Tabi) 부츠다. 1989년 런웨이에 처음 등장했을 때, 서구 패션계는 충격에 빠졌다. 우아한 구두의 앞코를 잘라내고 발가락 사이에 틈을 만든 이 디자인은 당시의 미적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파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타비는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컬트(Cult)적 아이템’이자 클래식이 되었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는 ‘관습의 해체’가 주는 파격이다. 마르지엘라는 서양 복식사가 정의해 온 ‘구두의 전형성’을 보란 듯이 비틀었다. 시각적으로는 낯설지만, 사실 엄지발가락을 분리하는 구조는 맨발에 가까운 지지력을 제공하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담고 있다. 타비는 ‘남들이 정한 아름다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가장 강력한 시각적 선언이자, 발자국 하나만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증명해내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준다.

 

 

 

와이프로젝트(Y/PROJECT)

 

현재 가장 논쟁적이고 전위적인 브랜드를 꼽으라면 ‘와이프로젝트(Y/PROJECT)’를 예시하고 싶다. 이들의 옷은 마치 잘못 입은 것처럼 뒤틀려 있거나, 흘러내릴 듯 위태로워 보인다. 언뜻 보면 "도대체 어떻게 입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해한 ‘어글리’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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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PROJECT SPRING SUMMER 2019 >

 

 

 

하지만 이들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와이어 진(Wire Jeans)’을 보면 놀라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바지 원단 속에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철사(Wire)를 심어, 입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옷의 주름과 형태를 조각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핵심 가치는 ‘가변성(Versatility)’과 ‘사용자 개입’이다. 디자이너가 정해준 고정된 형태(Form)를 거부하고, 소비자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옷을 구기고 비틀어 자신만의 실루엣을 만들도록 허용한다. 겉보기엔 구겨진 헌 옷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 사용자를 ‘입는 사람’에서 ‘창작하는 주체’로 격상시킨 가장 진보적인 인터랙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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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PROJECT >

 

 

 

NIKE ISPA

 

나이키의 실험적 라인인 ‘ISPA’의 신발들, 특히 ‘링크(Link)’나 ‘마인드바디(Mindbody)’ 모델을 보면 마치 외계 생명체나 부풀어 오른 타이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끈적해 보이는 질감, 울퉁불퉁한 밑창, 과장된 부피감은 전통적인 ‘운동화의 미학’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서는 “신발이 아니라 괴물 같다”고 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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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E ISPA “LINK” >

 

 

 

하지만 이 기괴한 형상은 ‘순환 경제(Circularity)’라는 “목적”을 위해 설계된 의도적 파격이다. 재활용을 위해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조립을 의도하며, 서로 얽히고 설키는 유기적인 형태의 탄생으로서, 예쁘게 만들기 위해 장식을 더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능적 파격’이다. 못생김을 의도한 친절한 디자인으로, 미의 기준인 ‘시각적 쾌감’에 대한 새로운 제시라고 볼 수 있다.

 

 

 

낯섦, 그 안에 담긴 미래의 가치

 

이들은 모두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들은 그 어떤 명품보다 치밀하게 설계된 ‘가치의 집약체’다. 대중의 눈에 익숙한 ‘안전한 아름다움’에 머물지 마라. 혁신은 언제나 약간의 ‘불쾌함’과 ‘낯섦’을 동반한다. 당신의 디자인이 누군가에게 “이게 뭐야?”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면, 당신은 지금 단순히 예쁜 껍데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기준이 될 ‘가치의 원형’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순간이지만, 가치는 영원하다.

  • Founder: D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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