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로고는 몇 초 만에 만들어지고, 마케팅 문구는 버튼 한 번으로 완성된다. 보고서는 자동으로 작성되고, 영상과 음악도 AI가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경쟁력이 아니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기본 도구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구분될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어떤 브랜드는 평범한 결과를 만들고, 어떤 브랜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시간을 절약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초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에서 AI는 이미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AI가 가진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AI의 진짜 역할은 사람 대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이 차이는 더욱 크다. 대기업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마이크로 브랜드는 대부분 혼자 판단하고 혼자 실행한다. 그만큼 한 사람의 사고가 브랜드 전체를 결정한다. AI는 이때 부족한 전문성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혼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는 파트너가 된다. 때로는 기획자가 되고, 때로는 편집자가 되며, 때로는 가장 냉정한 비평가가 된다. 중요한 것은 AI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 Canva는 AI를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캔바는 AI를 별도의 기능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사용자가 디자인을 더 쉽게 완성하도록 기존 작업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문장을 수정하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AI는 창작을 대신하지 않는다. 대신 더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고,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여준다. 기술보다 사용자의 경험을 먼저 설계한 것이다.
비슷한 변화는 GitHub Copilot에서도 볼 수 있다. 코파일럿은 프로그래머를 대신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코드를 제안하고, 여러 해결 방법을 보여주며, 개발자가 더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도록 시간을 돌려준다. 결국 프로그램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판단이다. AI는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방향까지 결정하지는 못한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브랜드의 철학을 대신 만들 수 없다. 어떤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는 여전히 창업자가 결정해야 한다. AI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인간의 몫이다. 오히려 AI가 발전할수록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좋은 브랜드는 가장 많은 결과물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장 좋은 결과를 선택하는 브랜드다. AI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보다 질문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 로고를 만들어줘."보다 "우리 브랜드의 철학이 드러나는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광고 문구를 작성해줘."보다 "우리 고객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질문이 달라지면 AI의 답도 달라진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의 수준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AI의 성능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오늘 어렵게 느껴지는 작업도 몇 년 뒤에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생성도, 영상 편집도, 번역도, 코딩도 점점 더 평준화될 것이다. 기술이 모두에게 열릴수록 기술 자체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결국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가 된다. 작은 브랜드에게 이것은 오히려 기회다.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수많은 검토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 브랜드는 오늘 새로운 AI를 시험하고, 내일부터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는 작은 브랜드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에 맞는 방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AI를 활용해 기획을 정리하고, 글의 구조를 검토하며, 반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AI가 대신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그 시간 덕분에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AI는 브랜드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작은 브랜드에게 AI는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더 깊이 사고하기 위한 환경이다. 반복되는 업무를 AI에게 맡길수록 창업자는 고객을 만나고, 브랜드를 고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기술은 효율을 높여주지만,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다. 모두가 같은 AI를 사용하는 시대,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철학을 끝까지 지켜낼 것인가. 결국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사람이다. AI는 경쟁력이 아니다. 경쟁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창업자의 사고와 철학, 그리고 제대로 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