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관
“김범관 교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의 Architectural Association에서 건축을 수학하며, 서로 다른 스케일의 사고를 연결해 온 건축가이자 연구자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목조건축을 미래 건축 담론 속에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할 건축가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역성과 글로벌 이슈를 연결하는 구조적 사고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을 하나의 ‘작동하는 생태계’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묻게 한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이력, 그리고 현재 울산대학교에서 연구하고 계신 주요 관심 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울산대학교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김범관입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의 Architectural Association(AA)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산업디자인에서 출발해 건축으로 확장된 저의 여정은 단순한 전공의 이동이 아니라, 사고의 스케일을 넓히고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해 온 과정이었습니다. 산업디자인이 사물과 사용자 사이의 밀도 높은 관계를 다룬다면, 건축은 사람·구조·환경·도시가 중첩되는 복합적인 관계를 다룹니다. 저는 이 두 영역을 분리된 학문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스케일에서 관계를 조직하는 하나의 연속된 사고 체계로 이해해 왔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이고, 동시에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그러나 현재 제 자신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새로운 건축과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고 실증하는 선행 연구자”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론과 구조적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보며, 그 결과를 다시 교육 현장에서 공유합니다. 연구–설계–실험–교육이 순환하는 구조 속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융합적 접근의 연구와 프로젝트들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수상을 비롯해, 스위스 BLT(Built Design Awards)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을 수상했고, Architecture Master Prize(AMP), International Design Awards(IDA), K Design Awards(KDA), Asia Design Prize(ADP) 등에서도 수상했습니다. 산업디자인과 건축 두 분야에서 연이어 국제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정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역사와 문화, 구조·재료·환경·기술을 통합적으로 사고해 온 태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작업을 종종 요리에 비유합니다. 요리사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경험하고,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며 조합을 실험하듯, 저 역시 새로운 건축적 ‘레시피’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환경을 탐색하고 재료를 실험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양하게 융합되고 실제로 작동하는 디테일입니다.
건축은 거대한 스케일과 개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디테일에서 완성됩니다. 구조 접합부 하나, 재료의 두께와 결, 빛이 스며드는 틈, 패널이 맞물리는 방식 같은 작은 요소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전체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저는 설계 과정에서 항상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디테일이 실제로 작동하는가?” 개념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디테일이 작동하지 않으면 건축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디테일을 찾고, 실험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가장 중요한 설계 행위로 생각합니다. 현재 연구의 주요 관심 분야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목조건축과 하이브리드 구조 시스템입니다. 목재를 전통적 이미지가 아닌 구조적 대안으로 재해석하고, 공학목재와 금속, 디지털 가공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구조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둘째, 에너지 생산형 건축 외피(BIPV)입니다. 건축을 에너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제작 기술과 친환경 재료의 통합 설계입니다. AI 기반 로보틱 제작과 3D 프린팅, 파라메트릭 설계를 통해 구조·환경·표현이 분리되지 않는 통합 설계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건축과 디자인을 완성된 이미지나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험하고 경험하며 검증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복잡하게 작동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봅니다. 새로운 구조를 찾고, 새로운 경험적 표현 방식을 탐색하며, 그것이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디테일로 구현되도록 만드는 일. 그 과정을 통해 건축이 단순한 형상을 넘어, 환경과 사회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구조가 되도록 연구하고 설계하는 것이 현재 제가 집중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교수님께서는 한국 목조건축을 단순한 전통 양식이 아닌, 동시대 건축의 중요한 대안으로 꾸준히 제시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이 목조건축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와, 이 재료가 지닌 건축적 가능성을 처음 체감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목조건축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0여 년간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환경적·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현대 건축은 오랫동안 철근콘크리트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것은 빠른 산업화와 근대 도시를 가능하게 한 강력한 재료였지만, 동시에 높은 탄소 배출과 무거운 구조 시스템을 전제로 합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저는 구조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다시 바라보게 된 재료가 바로 목재였습니다. 목재는 단순히 ‘따뜻한 자연의 재료’가 아닙니다.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건축 재료로 사용될 때 이를 저장하는 구조체입니다. 동시에 가볍고 가공이 용이하며, 모듈화와 디지털 제작 기술과도 잘 결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류가 가장 오랜 시간 활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해 온 구조 재료라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목재를 전통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 건축과 디자인을 위한 매력적인 재료이자 구조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우연히 일본의 목조건축을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훨씬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나무로 집을 짓고 공공건축을 세운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제 관심은 재료 자체에서 ‘구조 시스템’으로 이동했습니다. 목구조는 단단히 버티는 구조라기보다, 힘을 흡수하고 분산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구조였습니다. 자연재해가 많은 환경에서 오히려 목구조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목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목재는 약한 재료가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는 지능적인 구조 시스템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일본을 직접 찾아가 목조건축을 공부했습니다. 공학용 목재가 어떻게 가공되고, 구조적으로 어떻게 조합되는지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배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설계한 목조건축 모형을 나무 상자에 담아 일본으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진정성이 통했고, 일본 목구조 산업의 중심지인 미야자키현과 인연이 닿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 기술 이상의 의미를 주었습니다.
목조건축은 단순한 재료 선택이 아니라, 산림 산업·가공 기술·지역 경제·환경 전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그 경험을 한국의 조건에 맞게 실험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목재는 과거의 형식이 아니라, 미래의 구조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목조건축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목조건축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대한 구조적 대안이자, 미래를 위한 재료입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전통 목조건축은 종종 ‘보존의 대상’으로만 다뤄집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를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언어로 확장해 오셨는데,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하시는지요?
저는 전통 목조건축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형태’가 아니라, 구조적 사고와 환경 대응 방식,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 활용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전통 목조 기술은 단순히 자연 재료로 지어진 과거의 건축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기후와 물성을 읽고 하중을 조직하며 공간을 형성해 온 복합적 구조 체계입니다. 한옥이나 대목장의 기술은 역사적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리의 집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설정하는 전통과 현대의 균형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통의 구조적 원리가 현대 기술·사회·환경 조건 속에서 설계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둘째, 그 작동이 구조적·성능적으로 검증 가능한가? 셋째,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표현과 기능을 통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 기준은 옛 형태를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구조 논리를 현대의 조건 속에서 ‘번역’해 새로운 설계 언어로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전통 목조건축의 결구 방식, 하중 전달 메커니즘, 기후 대응 전략은 오늘날의 에너지 문제와 탄소 저감 과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저는 전통을 복원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번역의 대상으로 이해합니다. 이 균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나무, 정원 그리고 집’에서는 공학용 목재를 활용해 전통 한옥의 공간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아리주진’에서는 공학목재를 상업 공간에 적용해 전통 구조 논리가 현대 프로그램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또한 ‘돌, 자연 그리고 나무집’에서는 직선 위주의 모듈화된 공학목재로 원형 구조를 구현하며, 유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주거 구조의 균형을 실험했습니다. 주거에서 상업 공간까지 다양한 스케일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반복적으로 탐색해 온 셈입니다. 그러한 연구와 실험의 집약이 바로 간절루 프로젝트였습니다.
간절루는 울산 간절곶의 지형과 일출을 한국 전통 공간 개념인 ‘루(樓)’의 현대적 해석으로 풀어낸 공공건축입니다. 17개의 서로 다른 목구조 단면이 1도씩 회전하며 ‘각에서 곡으로’ 전환되는 비정형 지붕 구조는 전통 결구의 논리를 현대 공학목재와 디지털 설계 기술로 재해석한 결과입니다. 이는 봉화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지형의 흐름과 일출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구현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지형을 구조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간절곶의 시간과 빛을 경험하게 하는 환경까지 건축 안에 담고자 했습니다. 장기간 일출을 관찰하고 색온도와 계절별 변화 데이터를 기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협업해 해풍과 염분 환경에도 견디는 ‘간절곶 해맞이 7색’ 외장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건축 재료로 번역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구조적 검증이었습니다. “이 비정형 지붕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가?” 각기 다른 각도의 목재 부재가 하중을 어떻게 분산하는지, 금속 커넥터와의 접합은 충분히 안정적인지, 시공 오차는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이 모든 것은 개념이 아니라 구조적 실험의 문제였습니다.
공학목재와 접합 디테일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현장에서 반복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목조건축은 감성적 선택이 아니라, 충분히 현대적인 구조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목재는 자연 재료를 넘어서 동시대 기술과 만나 지형을 읽고, 빛을 담고, 하중을 지탱하며 공간을 형성하고, 동시에 탄소를 저장하는 현대적 구조 언어가 되었습니다. 결국 전통과 현대의 균형은 역사적 이미지의 절충이나 반복이 아닙니다. 재료의 본질적 원리가 시대의 기술과 만나 새롭게 작동하는 방식을 찾아내고, 그 시대의 환경과 목적에 맞게 다시 조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최근 공공건축 영역에서 목조건축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는 여전히 많은 제도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현재 한국 공공 목조건축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크게 보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산림 산업과 건축 산업이 아직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둘째는 경험의 축적과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목조건축이 공공 영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탄소 저감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목재는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저장하는 구조체로 기능합니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탄소 저장체(Carbon Storage)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구조체와 구분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한계는 산림 산업의 구조적 미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 정책은 ‘보전’과 ‘관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산림을 어떻게 고부가가치 구조재로 활용하고, 공학목재 산업으로 확장하며, 지역 경제와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산업적 전략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목재 공급 체계와 고성능 공학목재(CLT, LVL 등) 생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목조건축은 구조적 대안으로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한계인 ‘경험과 제도의 부족’은 현장에서 여러 갈래의 장벽으로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축적된 경험이 부족합니다.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구조는 수십 년간 축적된 설계·시공 경험과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반면 대형 공공 목조건축은 아직 축적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설계자, 구조기술자, 시공자, 감리자 모두가 동시에 경험을 쌓아가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수적 판단이 반복되고, 안전 계수는 과도하게 설정되며, 결과적으로 설계 의도와 경제성이 동시에 제약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경험 부족은 제도적 기준의 정합성 문제로 직결됩니다. 현재 건축 기준은 오랫동안 철근콘크리트와 강구조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목조건축의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 설계 기준과 평가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내화 기준 충족을 위해 목구조 단면이 과도하게 커지는 경우, 구조적 효율성과 디자인 의도가 동시에 훼손되기도 합니다. 공공 발주 시스템의 분절성 역시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건축·전기·소방·통신이 분리 발주되면서 구조적 통합이 어려워지고, 이는 공정 충돌과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목조건축은 구조·외피·설비가 긴밀히 연동되어야 성능을 발휘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초기 공사비 중심의 평가 체계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공공 건축은 여전히 초기 공사비 중심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목조건축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적 탄소 저감 효과, 에너지 성능, 수명주기 비용(LCC) 등 종합적 관점에서 드러납니다.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는 평가 기준이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산업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조건축은 이미 구조적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림 산업 정책, 공학목재 인프라, 설계 기준, 통합 발주 체계, 장기적 평가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공공건축에서 목조건축이 단지 친환경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 과학과 산업 체계, 제도적 기반이 함께 뒷받침되는 실질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6 Winner, VINE,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최근 친환경 건축, 지속가능성, 탄소 저감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목조건축은 단순한 전통 양식이 아니라 미래 건축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목조건축이 미래 건축 담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미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결국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건축은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단열을 강화하고 설비 효율을 높이는 전략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접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건축은 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서 출발한 실험이 바로 VINE 프로젝트입니다. VINE은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건축 외피 자체를 에너지를 생산하는 구조로 재정의한 시도였습니다. AI 기반 태양 경로 분석을 통해 최적의 수광 조건을 설계하고, 로보틱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곡면과 다각도를 가진 입체적 파사드를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태양광 효율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생산과 저장이 가능한 통합 시스템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구조와 에너지 시스템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목구조의 경량성과 모듈화 가능성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형 외피와 결합했습니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는 구조체이고, 에너지 외피는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이 둘이 결합될 때 건축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제가 동시에 확신하는 것은, 목조건축만으로는 미래 담론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목재가 탄소를 저장하는 구조체라는 점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에너지 전환, 데이터 기반 설계, 디지털 제작, 산업 구조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목조건축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험되고, 확장되고,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전통의 재료가 미래의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시대 기술과 결합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VINE 프로젝트는 단순한 태양광 실험이 아니라, 목조건축이 미래 담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탄소 저장 구조와 에너지 생산 외피, 그리고 AI 기반 최적화 시스템이 결합될 때 건축은 하나의 ‘에너지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VINE은 이번 Asia Design Prize 수상을 비롯해 여러 국제 시상식에서 큰 관심과 이슈를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형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건축이 소비 중심의 구조에서 생산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공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목조건축을 전통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어두지 않으려 합니다. 동시에 그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확신에서도 한 발 물러서 있습니다. 목조건축은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탄소 저장이라는 구조적 기반 위에 에너지 생산 시스템과 디지털 제작 기술이 결합될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 건축은 단순히 자원을 덜 쓰는 것을 넘어, 스스로 가치를 만드는(Plus)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고, 데이터로 최적화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구조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목조건축 역시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실험되고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교수님의 작업과 연구는 건축을 넘어 디자인, 공간 경험, 지역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개인의 디자인 철학을 한 문장 혹은 한 개념으로 설명한다면 무엇일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 디자인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그 지역의 고유함에서 출발해, 그 안에서 발견한 새롭고 다양한 경험적 관계를 설계하고 실험하는 지속가능한 구조와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질문을 그 지역에서 시작합니다. 이 땅은 어떤 지형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기후와 빛을 품고 있는가, 어떤 산업과 기억이 축적되어 있는가, 사람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경험해 왔는가. 저는 그 지역만의 고유함과 특별함을 읽어내는 일에서 설계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질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 지역의 문제는 곧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산업 구조의 변화,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같은 글로벌 이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역의 서사와 세계적 흐름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역에서 출발한 질문이 시대적 변화와 만나 확장될 때, 비로소 건축은 진정한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믿습니다.
저에게 디자인은 어떤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재료와 구조, 빛과 시간, 기술과 산업, 지역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읽고, 그것이 지역의 맥락과 세계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다시 조직될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건축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시스템입니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고, 외피는 에너지를 생산하며, 구조는 하중을 분산시키고, 색과 표면은 장소의 시간과 분위기를 담아냅니다.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건축은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경험의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작동하는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념이 아무리 설득력 있어도, 그것이 실제 환경 속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건축은 힘을 잃습니다. 저는 설계 과정에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묻습니다. “이 구조는 이 지역의 조건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 “이 공간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있는가?” 디자인은 결국 현장에서 실험되고,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검증됩니다. 작은 디테일의 축적이 전체의 구조를 완성합니다. 결국 저에게 건축은 완성된 형태를 제시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함에서 출발해, 그것을 글로벌 이슈와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시 해석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험하며, 사회와 공유 가능한 구조로 구현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건축은 하나의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문화적 시스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아시아 디자인과 건축은 오랜 시간 서구 중심 담론 속에서 주변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현재 교수님은 아시아, 특히 한국 건축과 디자인이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보시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역사적으로 보면 서구가 이론과 담론을 생산하고, 아시아는 그것을 수용하거나 변형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건축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습니다. 물론 그들의 영향력과 성취는 분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글로벌 담론을 형성하고 새로운 흐름을 제시해 온 역할은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질문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 ‘세계적’이라는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것은 아닐까요? 세계적인 건축가가 모든 지역의 맥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각기 다른 장소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건축은 결국 장소의 학문입니다. 지형과 기후, 산업과 문화, 그리고 기억이 축적된 구체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고밀도 도시, 초고속 산업화 이후의 사회 구조 변화 등 오늘날의 주요 과제는 오히려 아시아가 더 직접적으로, 더 급격하게 경험해 온 문제들입니다. 빠른 변화와 복합적 도시 환경, 전통과 현대가 겹쳐 있는 조건은 오히려 새로운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K-POP과 K-FOOD를 통해 문화적 영향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고, 동시에 강력한 제조 산업 기반과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화적 감수성과 산업적 실행력이 함께 존재하는 구조는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큰 가능성을 만들어냅니다. 지역의 이야기와 세계적 기술이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한 명의 영웅적 건축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각자의 맥락과 영역에서 실험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필요한 것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의 기후, 역사, 산업, 생활 방식, 문화적 기억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만이 그 장소에 가장 적합한 구조와 공간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전문가가 존중받고, 그들의 실험이 인정받는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건강한 건축 문화가 성장합니다. 독창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유한 문화와 지역의 경험 속에서 발견되고, 오랜 시간 축적되며 형성됩니다. 각 지역이 가진 특성과 기억을 잃지 않으면서, 그것을 현대 기술과 연결해 발전시킬 때 진정한 독창성은 유지되고 확장됩니다. 저는 이제 아시아 건축이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정의하고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아시아와 한국의 미래는 이미 그 지역 안에 존재합니다. 그것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교육자로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오셨습니다. 지금의 디자인·건축 전공 학생들이 과거 세대와 가장 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무엇이며,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의 학생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AI, 파라메트릭 설계, 시뮬레이션 도구를 자연스럽게 다루고, 새로운 기술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입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속도 역시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이것은 분명 큰 장점이며, 동시대 건축 환경에 필요한 중요한 역량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도구의 숙련도가 곧 사고의 깊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요. 빠르게 만드는 능력과 깊이 있게 질문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기술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를 정의하고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무엇을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읽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맥락, 환경적 조건, 사용자 경험을 이해하고 그것을 명확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구조·환경·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입니다. 형태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 형태를 지탱하는 구조는 무엇인지, 에너지는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환경과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건축은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이디어를 실제 조건 속에서 검증하는 태도입니다. 렌더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조가 실제로 서 있을 수 있는지, 하중은 어떻게 전달되는지, 재료는 어떻게 접합되는지, 에너지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까지 고민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늘 묻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작동하는가?” 결국 미래의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만드는 능력보다, 끝까지 묻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기술은 점점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깊이 있는 사고와 책임 있는 판단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0 Winner, The Perpetual Golden Leaf, Photo Courtesy of @yoon_joonhwan >
디지털 기술, AI, 시뮬레이션 도구가 건축과 디자인의 전 과정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할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I는 형태를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시뮬레이션은 구조를 계산하고, 데이터는 에너지 효율과 환경 성능을 정밀하게 예측합니다. 설계의 과정은 점점 더 자동화되고,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복잡한 형태와 구조도 알고리즘을 통해 순식간에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 변화 속에서 본질은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순간, 그 역할의 본질은 명확해집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입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건축은 사회적 행위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삶을 조직하고,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도시의 구조를 바꾸는 힘을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과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설계 행위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저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알고리즘은 형태를 제안할 수 있지만, 사람의 감정과 기억, 공동체의 맥락, 사회적 책임까지 대신 판단해 줄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는 효율을 계산하지만, 그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계산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혼자 작업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컴퓨터와 프로그램만으로 설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축은 결코 혼자의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 속에서 완성되는 공동의 행위입니다. 구조기술자, 시공자, 사용자, 지역사회와의 소통 속에서 비로소 건축은 사회적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존중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 함께 대화하고, 공유하고, 협력하며 더 나은 방향을 만들어 가는 태도. 이것이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건축과 디자인의 본질은 형태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를 존중하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책임 있게 구현하는 일에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방향은 더 분명해야 합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져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이나 연구에서 교수님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 세대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 저는 목조건축과 에너지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이브리드 건축 시스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탄소 저장체인 목재 구조에 에너지 생산 외피를 결합하고, 여기에 AI 기반 설계와 디지털 제작 기술을 더한 정교한 건축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까지는 건물 단위에서 이러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도시 차원의 에너지·구조 시스템으로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스스로 최적화되는 ‘도시적 생태계’로 확장하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저는 미래 건축이 더 이상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데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에너지·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건축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 전환의 과정을 계속 실험하고 검증하고 싶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어려운 일을 찾아라. 더 힘들고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라.” 지금 우리는 정답을 향한 지름길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고, 비교적 단순한 작업은 AI나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그럴듯한 이미지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과 건축을 경험하고, 문화는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그 문화 속에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하지만 렌더링에서 멈추지 말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고와 감각, 그리고 책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와 경험을 설계하고, 그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도구에 의존하는 순간 사고는 얕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하되,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판단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한 혼자만 잘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함께 배우고, 함께 문화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건축은 결국 공동의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래의 디자이너와 건축가는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 환경을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질문하고, 끝까지 실험하며,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