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5 16:57

쓰레기가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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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에너지 소비라는 것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구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필연의 과정이며 동시에 순환과도 직결되어 있다. 자연에서 생명이 잉태되고 소비의 성장을 거쳐 그것이 소멸될 때 또 다른 생을 위한 자원으로 소비되는 것은 심오한 종교적 가르침으로만 이해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겪으며 인류가 전에 없던 자원들을 이용하게 되며 대자연의 순환 구조는 왜곡되고 변형되기 시작한다. 물론 편의점의 비닐봉지도 땅속에서 수백 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썩어가며,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폐기물들도 수천수만 년의 자정 기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사라지는 물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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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법칙이 일정한 엔트로피의 양과 흐름이 한번 사용된 에너지가 다시 같은 형태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설명하듯,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에너지의 회귀가 아니라 사용한 에너지로부터 남겨지는 쓰레기의 문제다. 사실 에너지 순환의 굴레에서 남겨진 폐기물들이 지구상에 영원히 남는다 해도 막상 지구라는 전지적 시점에서 보았을 때는 미세한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고스란히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된다. 인류가 원시적 문명과 함께 지구에 등장한 지 불과는 5, 6천 년에 불과하지만, 지구라는 존재는 그보다도 훨씬 오래전 50억년 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혹여 언젠가 인류가 사라지고 모든 문명 또한 우주적 순환의 과정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소멸되어 버린다 해도 지구라는 존재에게 이 모든 것들은 그저 찰나에 지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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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지속 가능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의 저서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는 인류가 이해하고 있는 친환경 디자인의 문제와 소비되는 자원, 그리고 그 결과로 버려지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문화적 관념에 깊이 관계하고 있는 쓰레기에 대한 디자인적 도전은 사회적 의식의 환기를 해야 하는 것으로, 책에서 수차례 언급되는 수자원의 경우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 자원일 뿐 아니라 농축업계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지금의 소모적인 관리와 일시적인 인공 정화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문화적 차이에 의해 정의되는 쓰레기에 대한 관념의 차이 역시 막대한 것으로 특히 식문화는 우리에게 매우 직관적인 예를 제공하는데, 한국에서 즐겨 먹는 소나 돼지 등 가축의 내장과 부속기관, 선지는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음식물로조차 분류되지 않고 있다. 또 우리에게는 의아한 일이겠지만 전 세계에서 해초류를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뿐이다. 최근 뉴스를 통해 한국산 김이 미국 시장에서 스낵으로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김이나 미역이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서 대중적인 식재료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보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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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화적 차이와 대중의 의식이 자원에 대한 정의와 의식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관계를 역으로 이용하면, '무엇이든' 자원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무엇이든'의 속에는 인간의 배변도 포함된다. 흠칫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미 멕시코의 소노라주 대학의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소변에서 바이오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일반 성인은 평균적으로 일일 약 1.4리터의 소변을 배출한다고 하는데, 이 기술은 70~130mL의 소변을 전기분해하여 부엌에서 요리할 수 있는 정도의 가스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사에서는 우주 정거장과 화성 탐사 계획에 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미래의 에너지는 어쩌면 화장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덧붙여 아프리카 케냐의 한 사업가는 인변 속에 버려지는 톱밥을 섞어 석탄 비슷한 연료 자원으로서 개발하는데 성공해 외신의 주목을 받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뿐 아니라 제3세계와 같은 저개발, 에너지 부족을 겪는 사회와 전쟁 난민, 이민자들을 위한 간이 수용소 등 자원 활용이 필수적인 환경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몇 년 전 오카야마랩이라는 곳에서 인분에 남아있는 일부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일부 영양소를 추출해 인공 스테이크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했다 밝히고 있는데, 당시 이 연구가 가짜뉴스라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인분마저 자원으로 생각하고 그것의 재활용을 위해 기술적인 도전을 했다는 뉴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이 연구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분명 세계는 자원의 재생산 기술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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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기존의 발전시설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적절한 정화 시설을 갖추는 일도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중요하다. 당장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화석 연료의 발전소 에너지 효율은 대략 36~40% 정도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약 60%의 화석 에너지가가 낭비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동시에 우리가 겪고 있는 대기 오염의 주범인 중국발 미세먼지도 역시 대부분 매연 저감장치가 없는 중국의 화력 발전소의 탓이다. 정부 차원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만큼, 디자인적 사고의 문제 해결이 여러모로 필요해 보인다. 차세대 친환경 발전소로 주목받았던 태양광 발전시설의 에너지 효율은 여전히 12~15%에 그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초기 설비 비용을 들여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한다 해도 기후변화의 영향과 심각한 에너지 손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재생 에너지들이 한계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그나마 가장 나은 45%의 효율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고에서 보듯 작은 사고만으로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특히 방사능 원료의 경우 폐기물의 처리 즉 사후 관리라는 문제는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러모로 안정성에 대한 다중적 검토와 불안정성을 문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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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역시 자원의 활용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지하게 고려할만한 것임이 분명하지만, 재활용이 곧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활용은 어디까지나 자원의 일시적인 수명을 높이는 방법이며, 무책임한 기업들에 매우 간단한 면죄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업사이클링 제품도 결국은 매립지에서 수명을 마치고 소각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나마도 재생산의 과정에서 소모되는 또 다른 자원과 에너지의 양을 고려해보면 환경에 미치는 생물학적 발자취가 얼마나 감소한 것인지 불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재활용을 핑계로 일부 아프리카와 인도 등지에서 전자폐기물(E-waste)을 헐값에 수출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재활용 시설에서 소각시키는 쓰레기들은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중금속 오염, 각 종 희귀 암 유발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해치고 있다.

 

기업 대부분과 디자이너들이 재활용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환경적인 영향과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인지, 재활용을 핑계로 한 또 다른 착취와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여러 단계에서 숙고하고 그 효과에 대해 명확히 계산되는 일은 드물다. 막연하게 북극곰을 살리자며,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포장 재료를 줄이고,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해 보는 일도 생각해 봄직하지만, 시장 논리에 의해 애초의 의도가 실종되고 지극한 미미한 영향으로 그치는 대다수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헤결책에 대한 과학적인 논증과 경제적, 환경적 효과의 증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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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디자이너는 엔지니어들처럼 수치를 계산하고 물리적인 역학구조를 따지는 일에 서툴다. 그렇다고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과 같이 대중문화와 생활 양식, 소비 심리에 대한 적절한 해설이나 담론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예술계처럼 사회적인, 정치적 비판을 꺼내놓는 일도 드물다. 특히 한국처럼 아직 채 그 독자적인 저변과 의식이 고양되어 있지 못한 구조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현대 디자인이 시장주의적 논리에 상당 부분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만큼, 디자인계는 시장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나름의 합리적 논리를 갖추고 이에 근거가 되는 체계적인 연구와 지속적인 학문적 연구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와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디자인이라면 더욱 그 프로세스 안에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과학적 설명과 합리적 논거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실무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일 뿐 아니라 대학의 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더는 막연한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라는 이름으로 논증이 생략된 전개와 그럴싸한 렌더링 표현으로 마무리되는 구태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디자인 산업에 관련된 정책을 다루는 정부 기관과 대중들의 취향, 의식에 깊이 관여하는 전시 기획 등 디자인 이벤트들 역시 미래 디자인의 방향 설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직접적인 예로 80년대 출범한 영국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 D&AD와 같은 권위 있는 디자인 시상식은 영국 디자인계의 발전적인 담론 형성과 실용적인 시장 문화의 선도에 막대한 기여를 했음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예술과 공예, 엔지니어, 마케팅 등 여타의 산업 분야들과 경계 없이 매우 실험적인 성격을 띠는 영국의 디자인은 이들의 시너지를 통해 8, 90년대 ‘굴뚝 없는 공장’의 시대를 이끌며 IDEO, Pentagram 같은 영국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폭넓은 학문적인 연구를 선점하는데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좋은 디자인을 선별하기 위해 자체적인 구조를 갖추고 공정한 절차로써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국제 디자인 시상식들이 구태의연한 ‘눈에 띄기 위한’(Look at me) 디자인 대신에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독창적 사고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서술해내는 디자인의 발굴과 격려에 노력을 하여주길 고대해본다.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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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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