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디자인연구원 (TDRI) 올리버린 부원장
"올리버 린은 대만디자인연구원(TDRI) 부원장으로, 기술·문화·사회를 가로지르는 학제간 디자인을 통해 세 영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온 디자이너이자 정책 입안자입니다. 그는 대만이 산업·제품 디자인에서 보여 준 강점을 토대로 서비스 디자인, 사회혁신, 도시개발로 활동을 확장했으며, 공공과 산업 전반의 전략 속에 지속가능성, 포용성, 그리고 AI 전환을 체계적으로 녹여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는 린에게 대만 디자인의 현재와 과제, 그리고 아시아 전역의 디자인 지형을 형성하는 더 큰 흐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기술 주도 맥락이 어떻게 공학을 인간 중심의 혁신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 또 동서가 만나는 아시아 지역의 교차점에 자리한 대만의 위치가 어떻게 고유한 하이브리드 디자인 정체성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대만 디자인 산업의 현재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지난 20여 년간 대만은 산업·제품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아 왔습니다. 현시점의 강점과 지속되는 과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30여 년 동안 대만의 디자인은 눈에 띄게 진화했습니다. 산업·제품 디자인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린 뒤, 기술·문화·사회와 연결되는 더 넓은 무대로 이동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하이테크 산업과 긴밀히 협업하면서 기능과 미학을 결합하는 역량이 우리 핵심 경쟁력입니다. 이 시너지가 고도화된 엔지니어링을 의미 있는 사람 중심 해법으로 바꿔 줍니다. 최근에는 서비스 디자인, 사회혁신, 도시 개발 등으로 외연이 넓어졌고, “디자인=스타일링”이라는 인식을 넘어 지속가능성, 순환 설계, 포용성, 고령화 같은 글로벌 의제를 다루는 전략적 접근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국가 디자인 기관인 TDRI는 학제 간 협업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디자인·기술·문화·사회를 잇는 전략적 링크를 구축해 왔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디자인 도구 개발, 국가 차원의 디자인 정책과 로드맵 수립, 산업 시스템에 디자인 사고를 내재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을 확장하며, 글로벌 디자인·산업 협력과 공동 창작을 이끌고자 합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합니다. 제한된 지역적 시장 한계성, 국제 브랜딩의 지속적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다만 동서가 만나는 지리·문화적 위치는 여전히 강력한 자산입니다. AI가 변곡점이 된 지금, 대만의 민첩함과 창의성은 도전을 기회로 전환해 글로벌 존재감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길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지속가능성과 기술 혁신, 문화 교류가 세계적 흐름을 이끄는 지금 TDRI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대만 디자인 생태계를 만드는 데 책임 있게 임할 것입니다.
대만은 첨단 기술과 인간 중심 디자인의 결합으로 자주 주목받습니다. 반도체·ICT 등 대만의 기술 부문과 디자인 산업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요?
대만의 기술 부문과 디자인 산업은 늘 긴밀히 연결되어 왔고 그 유대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반도체와 ICT가 대만 경제의 핵심인 이상, 디자인은 기술을 인간화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형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진정한 임팩트는 기술적 탁월성 자체가 아니라 혁신을 일상의 삶으로 번역하는 데서 나옵니다. AI·IoT·스마트 리빙의 부상은 새로운 협업 기회를 만듭니다. 혁신 과정 초기에 디자인 사고가 내재화된다면 대만은 ‘기술 공급자’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셰이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AI는 프로토타이핑을 가속하고 창의적 가능성을 확장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강점은 디자이너·엔지니어·정책 입안자가 함께 창조하는 융합 팀을 육성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통합은 첨단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의 디자인이 글로벌 차원의 인간 중심 혁신에 기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TDRI 원장으로서 정책·산업·문화를 잇는 여러 프로그램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공공 지원 디자인 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공공 지원 디자인 기관은 공공 자원을 산업·사회·문화와 연결하는 핵심 정책 도구입니다. 대만디자인연구원의 설립은 디자인을 지속가능·혁신 발전의 동력으로 제도화하려는 분명한 정책적 결정이었습니다. TDRI는 시스템적 중개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기관의 디자인 투자가 단기 과제가 아니라 장기 생태계 역량으로 전환되도록 보장합니다. 경제부·문화부·교통통신부·교육부·내정부·농업부 등 기관 협업과 감독 아래, TDRI는 디자인과 지속가능성 원리를 산업 발전과 공공 서비스 혁신 양쪽에 통합합니다. 시범 사업을 통해 모범 사례를 축적·정리·전파함으로써 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고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동서가 만나는 지리·문화적 위치는 대만 디자인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십니까?
대만은 동양의 정밀함과 절제, 서양의 개방성과 실험성을 자연스럽게 결합합니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뿌리 깊으면서도 세계적으로 통하는 해법이 나옵니다. 제품 디자인, 공예, 도시 혁신 등 곳곳에서 전통과 현대가 균형을 이룹니다. 이 독자적이면서도 절제된 정체성은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대안적 목소리를 형성합니다. 아직 ‘강력한’ 글로벌 디자인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인지도와 영향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더 정교한 스토리텔링과 국제 협업이 결합되면, 대만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AI 도구의 확산은 하이브리드 창작을 더 넓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적 논의는 지속가능성·포용성·고령화 등 사회적 의제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대만 디자인 커뮤니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대만의 디자인 커뮤니티는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최우선 과제로 두고 상당한 자원과 전문성을 투자해 왔습니다. 섬이라는 맥락에서 환경 압력이 즉각적이기에 생태적 책임 의식이 높습니다. 동시에 견고한 제조 역량은 지속가능한 개념을 실체적 제품·솔루션으로 전환하게 합니다. 다만 이를 지속·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여전히 과제입니다. 한편으로 대만은 사회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을 유망 분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협업·지식 교류·상호 지원 네트워크가 점차 구축되면서, 산업은 물론 공공 서비스와 사회혁신 전반에서 포용적이고 서비스 지향적인 접근이 뿌리내릴 토양이 마련되었습니다. 앞으로 대만은 산업·사회 도메인 모두에서 지속가능성·포용성·혁신을 통합하는 디자인 생태계를 보여 줌으로써 글로벌 무대에서 회복력과 창의성으로 헤쳐 나가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주요 시장들과 비교했을 때, 대만이 지역 디자인 지형에 기여하는 고유한 점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대만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가치, 방법론, 문화적 자산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출 지향 경제인 대만은 본질적으로 유연하고 포용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문화를 길러 왔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국제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해 줍니다. 특정 이웃 국가들과 일대일로 비교하기보다, 대만 디자인의 다원성과 혼종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만은 아시아 내 교류의 교차점에 자리하며 오랜 시간 동서양의 영향을 흡수하고 재조합해 고유한 디자인 감수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최근 대만디자인연구원은 디자인 리서치를 체계적 혁신의 기반으로 삼아 이 토대를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책 수립, 산업 전환, 공공 서비스, 사회 혁신 전반에 디자인 사고를 통합함으로써, 심미나 기능을 넘어서는 고유한 방법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천은 시범 사례를 통해 규범화되고 체계화되며 확산되고 있고, 그 결과 디자인 사고가 더 넓은 산업 스펙트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식 기반의 연구 주도 접근은 아시아 디자인 지형 속에서 대만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경로를 보여 주며, 창의적 다양성은 물론 디자인이 사회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모델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서 학제 간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과학자·기술자·정책가 간 협업을 대만은 어떻게 촉진하고 있나요?
대만에서는 학제 간 협업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 프로그램, 대학, 디자인 기관이 디자이너와 과학자, 기술자, 정책가가 긴밀히 협력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 헬스케어,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공조가 특히 활발합니다. 디자인 씽킹 워크숍과 폴리시 랩은 다양한 집단이 실제 맥락에서 해법을 공동 창출·검증하게 하는 유효한 도구입니다. 덕분에 기술 혁신이 인간과 사회의 필요와 정렬되며, 보다 통합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앞으로 대만의 과제는 이러한 협업을 확장·제도화하고, 교육과 산업 실천에 깊이 내재화하는 것입니다. AI와 같은 신기술은 공통 언어를 제공하고 실험을 가속하는 강력한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협업을 촉진함으로써, 대만은 ‘첨단이면서도 깊이 인간 중심적인’ 해법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앞을 내다볼 때, 향후 10~20년 대만 디자인 산업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존재감을 강화하고 차세대 디자이너를 키우기 위한 핵심 조치를 꼽아 주신다면요.
향후 10~20년, 저는 대만 디자인 산업이 기술·문화·지속가능성을 결합한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 봅니다. ‘제조 기지’라는 인식을 넘어 ‘창의적 리더십과 혁신의 원천’으로 인정받을 잠재력이 있습니다. 핵심 과제는 브랜딩 강화, 글로벌 관점을 가진 인재 양성, 학제 간 혁신 촉진입니다. 동시에 사회·환경적 책무와 정렬된 지속가능 해법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여정에서 AI는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AI를 창의적 파트너로 받아들임으로써, 대만은 실험을 확장하고 민첩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디자인 프론티어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 깊이, 기술적 역량, 협업 정신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탁월성과 책임을 함께 드러내는 독자적 글로벌 역할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학을 넘어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고자 하는 대만과 아시아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은 미학을 넘어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형성하는 도구입니다. 진정한 임팩트는 포용성과 지속가능성,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해법에서 나옵니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협업을 받아들이며, 경계를 자신 있게 넘으세요.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는 종종 디자인이 과학·기술·정책과 만나는 교차점에서 탄생합니다. 대만과 아시아에는 독특한 문화 자원이 있습니다. 세계를 위한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활용하세요. 동시에 새로운 도구에도 열려 있으세요. AI는 대체재가 아니라 창의성을 확장하고 탐색을 가속하는 파트너입니다. 디자인의 미래는 공감과 혁신을 결합하는 이들의 것입니다. 변화를 이끌 자신을 믿고, 디자인이 사물을 만드는 일일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빚는 일임을 잊지 마세요.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