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Teruaki Ishimoto

CURIOUS DESIGN WORKERS Inc. 설립자 및 수석 건축가

 

 

 

"나고야의 역사적인 시케미치 지역에 자리한 100년이 넘은 창고가 장소의 기억을 빛으로 전달하는 현대적인 쇼룸으로 다시 태어났다. CURIOUS DESIGN WORKERS의 이시모토 테루아키는 ‘light wave’에서 호리카와 운하의 물결을 연속적인 공간의 움직임으로 재해석하고, 가파른 계단과 제한된 면적, 한정된 예산을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만드는 자원으로 전환했다. 오래된 건축을 과거의 모습에 고정하는 대신, 시간을 품은 목재와 흙, 거울, 현대적인 조명 사이에 절제된 대화를 만들어 건축 유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했다. K-디자인 어워드 2026 최고상인 ‘KUDOS TO THE BEST’를 받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역사가 어떻게 보편적인 공감으로 확장되는지, 현장에서의 협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그리고 품격 있는 재생이 왜 지속가능성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는지 들어본다."

 

 

 


 

 

 

먼저 K-Design Award 최고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디자인 어워드가 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출품하게 된 계기와 선택한 이유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K-디자인 어워드는 아시아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관점으로 ‘실용성과 심미성의 융합’, 그리고 ‘문제 해결로서 디자인이 지닌 본질’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어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결과물의 시각적인 완성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어떠한 배경에서 출발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인 ‘light wave’는 장소에 축적된 역사와 지역 고유의 맥락을 존중하면서, 과거의 건축 소재와 현대적인 빛의 표현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결합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을 단순히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의 기술과 디자인 언어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light wave’의 시도가 특정 지역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으로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K-디자인 어워드가 그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세계 디자인계와 공유하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라고 판단해 출품을 결정했습니다.

 

 

e3fac7845f877e9d9027097acaae543a.png

< light wave, K-DESIGN AWARD 2026 KUDOS TO THE BEST >

 

 

 

이번 프로젝트는 K-Design Award 최고상과 Asia Design Prize GOLD를 모두 수상하며 서로 다른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심사위원과 평가 기준 속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공통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915년에 건축된 나고야시 등록 지역 건조물 자산인 ‘스기모토가의 창고’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기술을 활용해 건축 자산의 가치를 새롭게 갱신했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는 수동적인 보존 방식보다, 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과 물성을 존중하면서도 오늘날의 사용자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재생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접근을 소재나 형태의 표면적인 표현에 머물게 하지 않고, 본래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기능으로서의 조명’을 예술 작품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조명을 단순한 설비나 장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동선과 시선, 분위기를 형성하고 장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건축 요소로 바라본 것입니다.

 

기능미를 추구하면서도 공간의 실용성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한 점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의 오래된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감추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유도하며 방문객의 움직임을 이끄는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빛은 층간 이동이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하나의 특별한 공간 경험으로 전환합니다. 말하자면 ‘예술에 가깝지만 디자인의 역할을 넘어서는 지점’을 구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평가 기준을 지닌 심사위원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에서 기능을 재정의한 조명의 비례와 그로 인해 형성된 공간의 순수성이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역사에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빛과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은 언어나 지역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한다는 점이 두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공통으로 주목받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3.jpg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정의한 과제나 질문은 무엇이었습니까? 또한 그 출발점은 최종적인 공간 구성과 소재 선정, 사용자 경험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가장 큰 과제는 건축 면적 40.50 제곱미터, 연면적 81.00 제곱미터라는 제한된 규모였습니다. 사무실 기능과 층간 이동을 위한 동선에 필요한 면적을 할애하고 나면, 실제로 전시할 수 있는 주문 제작 주방은 단 한 대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쇼룸처럼 여러 제품을 나열하거나 충분한 거리에서 제품을 감상하게 만드는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작은 공간을 어떻게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장소로 승화할 것인지가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저희는 공간의 물리적인 크기를 넓히는 대신, 방문객이 공간을 경험하는 밀도와 깊이를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하나의 주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다면 제한된 면적도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간의 규모가 작다는 사실을 감추기보다, 방문객의 시선과 움직임을 세심하게 설계해 압축된 공간 안에서 풍부한 경험이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예산 역시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여러 요소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조명 계획에 대부분을 집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동선상의 제약을 ‘빛의 안내를 받으며 주방에 도달하는 설렘 가득한 상징적 경험’으로 전환했습니다. 조명은 공간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방문객의 시선을 이끌고 다음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안내 장치로 작동합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공간 구성을 통해 방문객이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며 시선과 몸의 방향이 빛을 따라 움직이고, 그 끝에서 주문 제작 주방을 마주하도록 경험의 순서를 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계단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핵심적인 공간이 되었고, 이를 오르는 과정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4.jpg

 

 

 

이번 수상작의 정체성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그 요소는 공간 전체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어떻게 이끌고 있나요?

 

물론 ‘조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조명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거나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장소에 축적된 역사와 지역의 기억을 현재의 공간 경험으로 연결하고, 방문객의 시선과 움직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이 창고가 자리한 시케미치 지역은 나고야성이 축조된 1610년 무렵 함께 개설된 호리카와 운하의 수운을 통해 번성한 상인 마을입니다. 과거 호리카와를 따라 다양한 물자와 사람들이 오갔고, 그 흐름을 중심으로 상업과 생활, 문화가 함께 발전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공간 안에서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오늘날의 방문객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리카와 수면 위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핵심 모티브로 삼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입체 형태의 빛을 계획했습니다. 부드럽게 굽이치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지닌 빛의 선은 계단과 공간을 따라 흐르며 방문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이끕니다. 빛의 밝기와 곡선, 그림자의 변화는 정적인 공간에 움직임과 리듬을 더하고, 오래된 창고 내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과거 호리카와의 수운이 먼 지역으로부터 물자와 문화를 운반했던 것처럼, 이 ‘빛의 물결’이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창고 안으로 불러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아가 고객과 제작자가 단순히 제품을 보고 선택하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생각과 창의성을 나누고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발견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에서 조명은 지역의 기억을 전달하는 상징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새로운 창작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공간 전체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이끌고 있습니다.

 

 

5.jpg

 

 

 

외부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한 중요한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재와 구조, 시공 방식, 마감, 빛의 조절, 동선 등 실제 구현 과정에서 가장 많은 검토와 조정이 필요했던 부분도 함께 들려주세요.

 

조명을 현장에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360도로 빛을 내면서 입체적으로 휘어지는 플렉시블 조명을 사용해, 정교하게 계산된 직선과 아름다운 곡선을 하나의 연속적인 형태로 구현해야 했습니다. 조명이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공간 전체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아주 작은 처짐이나 각도의 차이도 전체적인 인상과 빛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설계 도면에 따라 조명을 설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재가 지닌 유연성으로 인해 예상보다 큰 처짐이 발생했고, 도면에서 의도했던 날렵한 비례와 긴장감 있는 선을 그대로 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컴퓨터 화면과 도면에서는 정확하게 성립했던 형태가 중력과 재료의 물성, 설치 조건이 더해진 실제 공간에서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기존 설계도를 잠시 내려놓고, 현장에서 직접 형태를 다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장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조명의 위치와 곡률, 직선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을 밀리미터 단위로 조정했습니다. 한 번 설치한 뒤 빛을 켜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하고, 다시 해체해 위치와 형태를 다듬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말 그대로 도면만으로 완성할 수 없는 ‘현장에서 이루어진 설계’였습니다. 마지막에는 특수 제작한 투명 아크릴 파이프를 긴급히 준비해 그 안에 플렉시블 조명을 삽입했습니다. 아크릴 파이프는 조명의 처짐을 방지하면서 의도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투명한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빛의 연속성과 밝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조명에 필요한 구조적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팽팽하고 선명한 직선과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완성된 공간에서는 이러한 내부 구조나 반복적인 조정의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집요한 검토와 현장 장인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빛의 물결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흐를 수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이 작은 구조적 해결이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결정한 가장 중요한 디테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6.jpg

 

 

 

사진으로 보는 공간과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는 공간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직접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나 장면, 또는 현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무엇입니까?

 

실제로 방문한 많은 분이 이곳이 매우 작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됩니다. 건축 면적과 연면적만 보면 분명 제한된 규모의 공간이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실제 크기보다 훨씬 깊고 넓게 느껴집니다. 세심하게 계산된 거울의 배치와 그 위에 비치는 방향성 있는 ‘물결 모양의 빛’이 시각적인 깊이를 만들어내고, 공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감각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빛은 거울에 반사되며 하나의 선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중첩되고 확장됩니다. 방문객이 이동할 때마다 빛이 보이는 각도와 곡선의 형태도 달라지기 때문에, 공간은 고정된 장면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사진은 특정한 시점의 장면만을 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계단을 오르고 시선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 반사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110년의 시간을 품은 나무와 흙의 질감을 가까이에서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형성된 재료의 표면과 색감, 손으로 만졌을 때 전해지는 질감은 사진만으로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빛이 더해지면서 과거와 현재의 재료가 서로 대립하기보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아름답게 공명합니다. 이러한 조화 덕분에 방문객은 오래된 건물에 들어왔다는 낡고 무거운 인상보다, ‘전혀 이질감 없이 정교하게 완성된 현대건축’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공간이라는 점이 현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빛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의 깊이와 재료의 시간을 동시에 발견하는 경험이야말로 직접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이 프로젝트의 특별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7.jpg

 

 

 

이번 K-Design Award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최고상 수상의 순간을 맞이하며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느끼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도전해 주신 클라이언트와 수상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됩니다. 건축은 디자인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고 그 가능성을 신뢰해 주는 클라이언트, 그리고 이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는 현장 관계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light wave’ 역시 제한된 공간과 예산 안에서 기존과 다른 해법을 시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조명에 자원을 집중하고 가파른 계단을 상징적인 공간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이언트의 이해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상은 설계자 한 사람의 성취가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엘 서울에서 클라이언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수상의 순간을 맞이하는 장면은 저에게 오래도록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서로의 작업과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8.jpg

 

 

 

CURIOUS DESIGN WORKERS는 이전 인터뷰에서도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분위기, 호기심,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중요한 키워드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철학을 어떻게 한 단계 발전시킨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그동안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사람들이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시케미치 지역과 호리카와가 간직한 오랜 역사를 ‘빛의 물결’이라는 매우 명료한 요소로 응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건축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장소의 배경과 디자인의 의도가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정제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오래된 목재와 흙처럼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자연적인 소재와, 현대 기술로 구현한 인공적인 빛이 서로 대립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과거의 재료를 배경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요소만을 강조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성격을 지닌 두 요소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명하도록 했습니다. 빛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깊이를 드러내고, 오랜 재료는 현대적인 조명이 지나치게 차갑거나 인공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공간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역사성과 소재의 배경처럼 여러 층위로 이루어진 맥락을 공간의 골격으로 승화하는 열쇠는 난해한 논리를 쌓는 데 있지 않습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모두 설명하려 하기보다, 누구나 한눈에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함’으로 끝까지 정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함은 내용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가장 명확한 형태로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자연 및 인공의 관계, 그리고 사람의 호기심을 하나의 강력한 공간적 요소로 통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깊이 있는 맥락일수록 더욱 명료한 디자인 언어로 표현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저희가 지금까지 이어온 디자인 철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디자인 시장에 더욱 폭넓게 소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해외 독자와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가치는 과도한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소재의 본질과 빛의 비례를 극한까지 탐구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힘’과 ‘아름다움’입니다. 시선을 끌기 위한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기보다 오래된 나무와 흙이 지닌 고유한 질감, 그리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의 선이 가장 순수한 상태로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자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질서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공간은 절제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상징적인 친환경 표현을 더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신,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재료를 존중하면서 현대의 쓰임에 맞게 다시 살리는 것 역시 중요한 환경적 실천입니다. 기존 건축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부여하는 일은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의 기억과 문화까지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간의 영속성과 심미성을 높은 수준에서 조화시키고, 과거의 건축 유산을 현대 디자인을 통해 품격 있게 보존하고 재생하는 것 역시 저희가 제안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가운데 어느 한쪽을 강조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태도입니다.

 

해외의 독자와 디자이너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작은 공간과 오래된 건축물도 명확한 철학과 정교한 디자인을 만나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눈에 띄는 표현보다 장소를 존중하는 절제된 개입이 더 오래 지속되는 힘과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는, 이 작품 안에 담긴 조용한 의지를 느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이용혁

Archive. Design. Essence.

  • Founder: Doyoung Kim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454-86-01044
  • Copyright © DESIGNSORI Co., Ltd.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