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대한민국광고대상> 심사위원
브랜드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Brand House’라는 말을 쓴다. 비전, 미션, 코어 밸류 같은 항목을 층층이 쌓아 만든 구조물. 문제는 이 Brand House가 너무 많은 브랜드에서 ‘과제처럼’ 작성된 문서로만 머물고 만다는 것이다. 워딩은 교과서적이고, 언어는 엣지가 없고, 문장은 누구 브랜드에도 붙일 수 있을 만큼 밋밋하다. 브랜드는 원래 그렇게 다루면 안 된다. 브랜드는 그냥 있어보이는 영어 문장 몇 개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Brand House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파일 서버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는 ‘죽은 구조물’이 된다. 브랜드를 움직이는 기준이 아니라, 발표용 표어에 그치는 것이다. Brand House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브랜드의 행동을 실제로 가이드하기 위해서. 브랜드가 어떤 결정을 하려 할 때,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만들 때, 어떤 새로운 카테고리에 확장할 때 Brand House가 “이게 너답다, 혹은 너답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Brand House의 언어는 상징적이면서도 날이 서 있어야 하고, 단어 하나에도 세계관이 담겨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붙잡고 이끌어주는 힘이 없다면 Brand House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죽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MINI 사례는 MINI의 ‘최신 버전’ 브랜드 구조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내가 당시에 경험하고 연구했던 MINI의 브랜드 전략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며, 바로 그 시기의 MINI가 지금도 나에게 교과서 같은 기준점을 제공한다는 맥락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브랜드들 중에서 이 Brand House가 가장 살아 움직이는 형태로 존재했던 브랜드가 MINI다. MINI의 브랜드 전략 한 장에는 너무나 명확한 세 개의 축이 자리하고 있다. Creative solutions for a brighter urban life. 이것이 Brand Promise다. MINI는 자동차 브랜드임에도 ‘차를 만든다’고 말하지 않는다. MINI가 약속하는 세계는 ‘더 밝고 창의적인 도시 생활을 만드는 솔루션’이다. 이 한 줄은 MINI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브랜드의 핵심 신경줄과 같다. 그리고 MINI는 그 세계를 누구에게 이야기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Creative Class. 도시의 공기를 바꾸고 흐름을 만들고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사람들. 시장의 다수는 아니지만 시장의 미래를 움직이는 집단. 그리고 중요한 것은 Creative Class는 나이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자라면 70대든 20대든 MINI를 선택할 수 있다. MINI가 타깃을 ‘나이’가 아니라 ‘감각’으로 정의했다는 사실은 이 브랜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 요소다. MINI는 이들을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기준점’으로 삼았다. 브랜드의 언어, 디자인, 제품 경험, 확장 전략이 모두 Creative Class의 감성과 세계관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 결과 MINI는 고객을 설득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같은 감각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MINI는 Promise와 Target Group을 기반으로 세 개의 Brand Categories를 설정하고, 각 Category Promise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Automotive — Iconic Design & Go-Kart Feeling.
MINI가 자동차에서 약속하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MINI라는 브랜드를 즉시 인지하게 만드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그리고 ‘고카트 감성’이라는 직관적 즐거움이다.
Fashion — Effortless Cool for Urbanites.
MINI는 패션을 도시인의 태도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삼았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남기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에포트리스 쿨’이 이 카테고리의 핵심 약속이었다.
Living — Inventive Use of Space to Elevate Urban Potential.
리빙에서는 MINI다운 관점으로 도시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도시적 삶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창의적 공간 솔루션을 약속했다. 이것은 카테고리 확장이 아니라 MINI의 세계관을 다른 영역으로 번역한 결과였다. MINI가 어떤 영역으로 확장해도 브랜드가 흐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Category Promise가 Brand Promise와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단지 제품을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Promise, Purpose, Belief 이 세 가지만 보아도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지 그림이 보이는 브랜드가 훌륭한 브랜드다. MINI는 그 당시에 이미 매우 선명한 브랜드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사진은 브랜드의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을 자연스럽게 밀어올리는 힘이 되었다. 당시 MINI가 이후 어떤 브랜드 구조로 진화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그때의 MINI는 완성도가 높았고,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떤 브랜드를 컨설팅하든 MINI는 여전히 나에게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한다. 브랜드란 이렇게 명확해야 하고, 이렇게 선명해야 한다는 기준을 MINI는 오래전에 보여주었다. 그래서 MINI의 Brand House는 문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실제 움직임이 된다. 살아 있는 구조물. 브랜드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날 때마다 “그것은 MINI다운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는 존재였다.

많은 브랜드가 Brand House를 만들어놓고도 그것을 사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문장들이 너무 평평하고, 너무 비슷하고, 너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세계를 열어주는 문장이 아니라 브랜드를 가둬버리는 형식적 문장이기 때문이다. 포지셔닝 문구가 목적지가 아니라 장식물이 될 때 브랜드는 방향을 잃는다. 반대로 MINI는 단 한 줄로도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과 세계관을 모두 설명해낸다. Creative solutions for a brighter urban life. 이 문장을 보면 MINI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지, 어떤 카테고리에서 존재할 수 있을지가 한눈에 보인다. 이것이 훌륭한 브랜드가 가진 힘이다. 살아 있는 Brand House, 움직이는 세계관, 그리고 확장이 아닌 진화로 이어지는 브랜드의 길. MINI는 그 정답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브랜드였다.
그리고 사실 중요한 것은 Brand House라는 용어 자체가 아니다. 브랜드 하우스든,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이든, 프레임워크의 형태가 어떻든 본질은 같다. 브랜드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인가, 아니면 형식적으로 작성된 표어인가. 결국 브랜드를 결정짓는 것은 용어가 아니라 세계관이며, MINI는 그 세계관을 가장 선명하게 설계한 브랜드였다. 그리고 만약 지금 당신의 브랜드 하우스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문장들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브랜드의 세계를 열어주는 엣지 있는 단어 하나, 방향을 찌르는 슬로건 하나가 없다면 브랜드는 다시 길을 잃는다. 결국 브랜드를 살리는 것은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정확히 겨냥한 단어 한 줄이다. 결국 브랜드를 움직이는 것은 구조물이 아니라 세계관이며, 브랜드 하우스는 그 세계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게 만드는 ‘정렬된 문장들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