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 대표
Founder of CUZ
“미디어아트가 더 이상 ‘보는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감정과 인식 상태를 변화시키는 환경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스크린은 정보를 전달하는 창을 넘어, 머무르고 호흡하며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미디어와 디자인이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커즈가 바라보는 미디어아트의 역할과 대형 설치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경험의 차이, 그리고 기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상태를 설계하는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먼저 커즈(CUZ)를 소개해 주세요.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셨으며, ‘커즈’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커즈(CUZ)는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공간과 감정, 기술을 연결하는 미디어아트 그룹입니다. 단순히 ‘보는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이 아니라, 사람이 특정 공간에 들어섰을 때 어떤 감각을 경험하고, 어떤 상태로 변화하는지를 설계하는 팀입니다. 본격적인 활동은 미디어아트 기반의 대형 스크린 콘텐츠와 공간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디지털 사이니지, 인터랙티브 미디어, 웰니스 콘텐츠까지 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CUZ’는 ‘Because’에서 출발한 이름입니다. 우리는 늘 “왜 이 경험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결국 사람의 감정과 인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이 되는 것을 추구합니다.


최근 커즈가 Samsung과 협업해 런칭한 ‘Visual Meditation’ 프로젝트는 어떤 발상에서 출발했으며, 이 협업이 커즈의 미디어아트 철학과 브랜드 협업 전략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Visual Meditation’은 매우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미디어아트를 포함한 예술이 본질적으로 치유와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감각을 회복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크린은 하루 종일 마주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정보를 소비하고 판단을 강요하는 창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스크린을 보지만, 단 한 번도 진짜로 쉬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Visual Meditation’은 화면을 콘텐츠의 창이 아니라 ‘호흡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시각적 요소와 색, 움직임을 통해 사용자의 호흡과 감정 상태가 자연스럽게 안정되도록 설계했습니다. 감상하는 콘텐츠라기보다, 머무르고 회복하는 상태에 가까운 경험입니다. Samsung과의 협업은 커즈에게 단순한 브랜드 협업이 아니라, 미디어아트가 일상 디바이스 안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대형 전시나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거실과 하루의 리듬 속으로 미디어아트를 스며들게 하는 실험이었고, 이는 커즈가 지향하는 ‘생활 속 감각 설계’라는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즈의 작업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건물 외관이나 대형 모니터 설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이러한 대형 설치 미디어는 일반적인 영상·모션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보시나요?
커즈의 건물 외관 및 대형 모니터 설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영상을 크게 확장한 작업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각적 환경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특징을 가집니다. 커즈는 스크린을 독립된 미디어로 보지 않고, 도시, 건축, 사람의 동선과 결합된 경험의 일부로 설계합니다. 이러한 대형 설치 미디어는 일반적인 영상·모션 디자인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세 가지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첫째는 감성의 차이입니다. 일반 영상이 화면 안에서 감정을 전달한다면, 대형 설치 미디어는 스케일과 빛, 리듬을 통해 관람자의 감정을 공간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자극합니다. 관람자는 영상을 ‘본다’기보다 장면 안에 ‘들어와 있다’는 감각을 먼저 경험하게 됩니다. 둘째는 체험 방식의 차이입니다. 대형 설치 미디어에서는 관람자가 고정된 관객이 아니라, 이동하거나 머무는 존재가 됩니다. 커즈는 통행자의 짧은 시선과 체류자의 긴 체험을 동시에 고려해 콘텐츠의 리듬과 루프 구조를 설계합니다. 반복 노출 환경에서도 피로감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셋째는 기억의 형성 방식입니다. 일반 영상·모션 디자인이 콘텐츠 자체를 기억하게 만든다면, 대형 설치 미디어는 장소와 결합된 기억을 남깁니다. 관람자는 특정 장면보다 “그 공간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감각”을 기억하게 되고, 이는 공간 자체를 브랜드의 인상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커즈는 이러한 대형 설치 미디어 작업에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설치 환경과 운영 조건을 함께 고려합니다. 낮과 밤, 주변 조도, 시청 거리, 반복 노출 상황까지 포함해 설계함으로써, 일시적인 임팩트보다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공간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커즈의 대형 설치 미디어아트는 영상을 확장하는 작업이 아니라, 브랜드와 공간이 하나의 감각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환경 설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와의 미디어아트 협업에서 기획부터 설치, 운영까지의 과정 중 특히 중요하게 보는 설계적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커즈는 브랜드와의 미디어아트 협업을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설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설치 이후의 운영 환경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설계 흐름으로 통합해 접근합니다. 가장 먼저 집중하는 것은 기획 초반의 질문 설정입니다. 브랜드 메시지를 그대로 시각화하기보다, 해당 공간에서 관람자가 어떤 감정 상태로 머무르게 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의합니다. 이 단계에서 브랜드 담당자와 함께 메시지의 우선순위와 경험의 방향을 정리하고, 이후 디자인과 기술적 선택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준을 세웁니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공간과 스크린의 관계입니다. 대형 미디어 설치에서는 영상 자체보다 관람자의 동선, 시야각, 체류 시간이 경험을 결정합니다.
커즈는 화면을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 환경의 일부로 다루며, 통행자와 체류자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리듬과 루프 구조를 설계합니다. 마지막으로 설치 이후의 운영을 고려한 설계입니다. 대형 미디어아트는 낮과 밤, 주변 조도, 계절, 사람의 밀도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커즈는 이러한 변수를 사전에 고려해 색, 명암, 속도, 사운드 강도를 조정하며, 설치 이후에도 운영 환경에 맞춰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중요하게 봅니다. 커즈가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미디어아트가 브랜드를 설명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머무는 감각적 환경이 되는가. 이 기준이 분명할 때 기획부터 설치, 운영까지 모든 선택이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커즈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 트렌드나 실험하고 싶은 매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커즈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상태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은 실시간 반응형 미디어와 웰니스와 결합된 멀티모달 미디어입니다. 관람자의 움직임, 시선, 체류 시간 등에 따라 콘텐츠가 미세하게 변화하는 구조는 ‘보는 경험’을 ‘함께 존재하는 경험’으로 전환시킵니다. 또한 시각뿐 아니라 소리, 리듬, 공간감이 함께 작동해 감정과 신체 상태를 조율하는 콘텐츠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경험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이제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상태를 바꾸는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아트와 영상, 모션그래픽, 인터랙티브 디자인 분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기술부터 배우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툴은 너무 빠르게 바뀝니다. 대신 왜 이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브랜드 협업이나 대형 미디어 설치를 하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표현”보다 “이 공간에서 사람이 어떤 상태가 되길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미디어아트는 멋있어 보이는 작업이 아니라, 책임 있는 감각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을 이해하는 순간, 이 분야에서 오래 작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