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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생활 속 시각디자인 저자,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우리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보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점심시간에도, 잠들기 전에도 우리는 작은 화면을 응시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고 행복을 느끼며 감각을 경험하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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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

 

 

 

휴머노이드 로봇과 디지털 혁명

 

2026년 1월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다. 2028년까지 로봇 연간 3만 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그룹 공장에 수만 대 규모로 배치될 예정이다. 360도 회전하는 관절로 자연스러운 보행과 완전한 자율 동작이 가능하다. 2025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기술 검증을 마쳤으며,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틀라스의 등장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사람이 하기 힘든 반복 작업, 위험한 공정, 정밀함을 요구하는 조립까지 로봇이 대신한다. 실제 투입될 경우 제조업 일자리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부품 조립 공정 등으로 작업 범위를 넓히게 되면, 현장에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풍경이 일상이 될 것이다.

 

미디어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에서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로 완전히 재편되었다. 기술 혁신의 속도를 보여주는 놀라운 데이터가 있다. 미국 가정집에 일반 전화기가 50% 보급되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은 단 5년이다. 라디오 청취자 5천만 명 달성에는 30년이 걸렸지만, 페이스북은 12개월, 트위터(현 X)는 9개월이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기술 혁신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50년에서 5년으로, 30년에서 9개월로. 다음 혁신은 얼마나 걸릴까? 아마도 몇 주, 며칠이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혁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속화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집에 함께 사는 것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풍요 속의 빈곤

 

그렇다면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일까?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SNS를 통해 서로의 삶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고립된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친구의 해외여행 사진, 동료의 승진 소식, 지인의 화목한 가족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비교한다. SNS 발달은 외로움을 증폭시키고, 정보 과잉은 피로도를 높이며, 감동은 줄어든다. 기술은 효율과 시간을 주지만, 작업량은 오히려 광범위해지고 만족감은 사라진다. 과거에는 하루에 10개의 업무를 처리했다면, 이제는 같은 시간에 50개를 처리해야 한다. 기술이 시간을 절약해줬지만, 그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요구받는다. 이것이 데이터의 역설이다. 기술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우리 삶은 더 행복한가? 오히려 혼자 밥 먹고, 혼자 스마트폰에 빠져 살면서 행복은 멀어지고 있다.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술의 진화와 인간의 행복은 정반대 그래프를 그린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외로워졌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까?

 

 

 

감각을 깨우는 인터랙티브 디자인

 

그 답은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인터랙티브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직접 터치하는 순간, 우리는 행동하고 경험하면서 내가 움직이면 세상도 반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면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누르고, 움직이면서 변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한국의 JTBC 방송국이 개국할 때 거리에 설치한 미스터리 자판기가 좋은 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행동만으로 예상치 못한 선물과 즐거움을 경험했다. 음료수를 기대했는데 꽃다발이 나오고, 과자를 예상했는데 인형이 나왔다. 사람들은 웃고, 놀라고, 기뻐하며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친구들과 공유했다. 단순한 자판기가 행복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영국 서브웨이는 3D 빌보드에서 QR 코드를 통해 토핑 조합을 직접 주문하고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십 가지 토핑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조합을 만들고, 거대한 화면에서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가 조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주문이 놀이가 되고, 기다림이 즐거움이 된 것이다. 일본 디자이너 노토와 후사이의 티셔츠는 책 그림에 실제 펜이 꽂혀 있거나 가방 그림에 벨트를 어깨에 멘 것처럼 보이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이 직접 만지고 경험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 보는 사람이 함께 웃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다. 패션이 대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발렌타인데이에 버스 정류장에서 낯선 이들이 화상으로 만나는 프로모션으로 따뜻함을 전달했고, 프랑스 생수 회사 콘트렉스는 페달을 밟으면 레이저 불빛 스트립쇼가 펼쳐지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튜브 1,500만 뷰를 기록하며 매출 급성장을 이뤘다. 사람들은 호기심에 페달을 밟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수를 마시며 브랜드를 기억했다. 영국 BBC와 넷플릭스의 드라큘라 광고는 밤이 되면 조명으로 드라큘라 그림자가 나타나고, 이탈리아 넷플릭스 광고는 버스에 설치된 드라마 속 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람들은 놀라고, 웃고, 그 경험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손바닥 온기로 색이 변하는 북 커버는 책을 만지는 행위 자체가 디자인을 완성한다. 차가운 책이 손의 온기로 초록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생명의 따뜻함을 느낀다. 사람이 다가가면 몸을 타고 활자가 흐르는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만든다. 독일 비영리 단체 미제레오르의 신용카드 기부 캠페인은 카드를 긋는 간단한 행위가 누군가를 돕는 따뜻한 경험으로 전환된다. 기부가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참여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사례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며 반응을 느끼는 디자인의 힘을 보여준다. 화면 속 세상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경험.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다.

 

 

 

기술에 체온을 입히다

 

기술의 풍요 속에서 인류는 빈곤함과 외로움을 겪고 있다. 원인은 감각의 경험을 상실했다는 것이고, 해결책은 참여와 반응을 하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이다. 당신의 디자인은 사용자와 대화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면, 지금이 바로 디자인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앞으로 디자인은 ‘보기 좋은 것’을 넘어 ‘기분 좋은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도,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도, 인간의 감각을 깨우고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차가운 기계에 불과하다. 디자인은 기술에 체온을 입히는 일이다. 차가운 스크린에 따뜻한 손길을, 무표정한 기계에 생동감 있는 반응을,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쌍방향 소통을 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터랙티브 디자인의 힘이다.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고, 화면을 터치하면 이미지가 변하고, 손을 흔들면 인사를 받는다. 이런 작은 반응들이 모여 우리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2028년 현대차 공장에 3만 대의 로봇이 투입되는 미래가 다가온다.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더 외롭게 만들지는 디자인이 결정한다. 로봇이 우리의 일을 대신해주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많은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도 디자인의 역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더 따뜻한 디자인이다. 1초 빠른 프로세서보다 1초 더 웃을 수 있는 경험이, 1기가 더 큰 저장공간보다 1개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고, 버튼을 누르고, 제품을 만진다. 그 경험이 단순한 클릭에 그치는가, 아니면 감각을 깨우는 경험이 되는가?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차가운 기술 속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지키는 것, 효율 속에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 편리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21세기 디자이너의 사명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디자이너의 선택이다. 차가운 기술에 따뜻한 디자인을 입힐 때, 비로소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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