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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변리사

특허법인 하나 상표/디자인팀 파트너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기분에 휩싸이고, 주식 그래프가 빨간색으로 일렁일 때 나만 소외된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소셜 미디어 속 타인의 화려한 해외여행 사진은 평온했던 나의 일상을 순식간에 초라한 전쟁터로 뒤바꾼다. 현대인은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느끼는 소외의 공포, 즉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늪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 이 불안은 대개 삶이라는 프로젝트의 ‘사용자’를 오정의한 데서 기인한다. 내가 진정으로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지는 공간'을 위해 생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행위는, 본질이 아닌 결핍을 동력으로 삼았기에 발생하는 구조적 오류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에 안주하는 순간, 자기 자신의 주체적 영감은 소음 속에 파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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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 Magritte, The False mirror, 1928, oil on canvas, 54x80.9 cm, Museum of Modern Art, NY, US>

 

 

 

관찰의 왜곡: 페르소나와 진실된 필요(Needs) 사이

 

모든 훌륭한 창조는 대상을 향한 정교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FOMO에 잠식된 삶의 설계는 관찰의 좌표부터가 어긋나 있다. 내가 이 자산에 집착해야 하는지, 혹은 이 경험이 나의 내면에 어떤 심미적 파동을 일으키는지에 집중하기보다, ‘남들이 다 가졌기에 나만 없으면 낙오된다’는 집단적 불안의 파동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치명적인 왜곡이다. 진정한 의미의 설계란 외부의 화이트노이즈를 소거하고, '나'라는 주체에게 침잠하는 과정이다. 사회가 규정한 성공의 페르소나를 과감히 걷어낼 때, 비로소 나만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탱할 진짜 필요(Needs)가 선명한 윤곽을 드러낸다.

 

 

 

기능적 전시(display)를 대신한 자아의 시선

 

우리가 빚어내는 모든 오브제에는 그것이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가 깃들어 있다. 그러나 FOMO는 삶의 본질보다 ‘기능적 전시’에 집착하게 만든다. 여행이 주는 사색과 확장의 경험보다, 그것을 기록하여 얻게 되는 타인의 반응이라는 도구적 기능에 매몰되는 식이다. 본질이 거세된 기능은 공허하며, 이는 반드시 더 큰 결핍을 호출한다. 우리는 삶의 모든 선택지를 ‘내면의 필터’에 통과시켜야 한다. "이 행위가 나의 장기적인 지향점과 일치하는가?", "이 소비가 나의 심미적 자아를 채우는 영감이 되는가?"를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기준점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할 때, 비로소 불안은 휘발되고 설계의 무게중심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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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Rothko, Red, 1968, oil on canvas, 838x654 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Y, US>

 

 

 

완성도의 힘: 흉내 낼 수 없는 주체적 삶의 방식

 

'정중동(靜中動)'. 이는 사방이 소란스러운 외부의 움직임 속에서도 내면의 정적과 중심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DNA다. 과거 한국의 미학이 시대를 초월해 글로벌 무대에서 압도적인 세련미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타인의 속도에 올라타기보다 우리만의 절제된 선과 비움의 가치에 기반한 히스토리가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내면의 정적'을 삶에 대입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주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남의 삶을 복제하는 것은 마감이 허술한 가짜 제품을 양산하는 것과 같다. 반면,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정성스럽게 구축된 삶은 그 자체로 단단한 질감과 아우라를 가진다. 비록 타인의 화려한 궤적을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의 본질적 가치에 완벽히 부합하는 선택들로 채워진 일상은 그 자체로 마스터피스(Masterpiece)가 된다. 정중동. 정적인 풍경속에도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흐르듯, 우리가 우리의 삶의 집중하는 가운데, 삶의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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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봉, Where You Stand Green-1,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 canvas, 186x186cm, 국제갤러리>

 

 

 

당신은 누구의 도면으로 오늘을 짓고 있는가

 

FOMO는 우리가 삶의 주체로서의 권한을 타인에게 양도했을 때 발생하는 경고 신호다. 남들이 정해놓은 트랙 위에서 속도만을 다투는 경주에는 결승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 도면을 펼쳐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안주하지 말고, 당신의 삶이 지향해야 할 본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여야 한다. 타인의 모습과 시선은 당신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재료일 뿐,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본질을 중심으로 설계된 삶에는 공포가 들어설 틈이 없다. 오직 당신만이 완성할 수 있는 고유한 삶의 궤적과 그 깊이 있는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도면으로 당신의 오늘을 디자인하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주체적인 삶의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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