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포브랜드 최예나 대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서비스를 경험한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매장에서. 그리고 그 중 단 한 번의 불쾌한 순간이 하루 전체를 찜찜하게 만들어버리는 경험,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제도, 오늘도. 며칠 전,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지인의 생일을 맞아 압구정 백화점에 있는 케이크숍을 찾았다. 맛도 좋고 예쁜 데코레이션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고, 그만큼 가격도 꽤 있는 브랜드다. 백화점 특유의 말끔한 공간 안에 자리한 그 매장에 들어서며, 기분 좋게 레터링 서비스에 대해 직원에게 물었다.

그 직원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타이핑을 치면서 당일 레터링은 불가능하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전에는 되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보았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지도 않고 옆에 써있는 안내 문구를 보라는 말만 돌아왔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건네는 대답, 고객을 향하지 않는 시선. 그 순간의 온도가 아직도 선명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선물 구매의 여정이 불쾌하고 화가 나는 기억으로 뒤바뀌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다시는 그 브랜드에서 케이크를 사지 않겠다고.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 직원이 나에게만 그랬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
피크엔드 법칙 — 우리는 경험의 '전체'가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피크엔드 법칙'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기억 방식을 설명했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돌아볼 때 그 전체의 평균을 떠올리지 않는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 즉 '피크(Peak)'와 경험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인 '엔드(End)'를 기준으로 그 경험 전체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케이크는 분명 맛있었을 것이다. 매장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남은 그날의 장면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대답하던 직원의 태도뿐이다. 그것이 그날 경험의 '피크'이자 '엔드'가 되어버렸다.
브랜드에 수억을 투자해도, 마지막 접점에서 무너지면 소비자의 뇌에는 그 끝 장면만 남는다. 여기에 부정성 편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경험은 긍정적인 경험보다 약 3배 더 강렬하게 기억에 각인된다. 게다가 불쾌한 서비스 경험을 한 고객은 평균 9~15명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반면, 좋은 경험은 고작 4~6명에게만 공유된다. 그 직원의 태도 하나가, 본사가 쏟아온 마케팅 투자를 조용히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덤' 문화의 비밀 — 왜 1+1은 마음에 남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덤'이라는 문화가 있다. 시장 할머니가 야채를 하나 더 얹어주며 '이거 가져가요, 덤이에요' 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찡해진다. 특별히 큰 혜택도 아닌데, 고마워서 다음에도 꼭 그 자리를 찾게 된다. 그날 하루가 왠지 모르게 기분 좋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1+1 POP을 보고 집어든 제품은 어떤가. 이성적으로는 분명 득템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고맙거나, 그 브랜드가 자꾸 생각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왜 이 둘은 이토록 다른 감정을 만들어낼까.

덤은 '계산'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하는 호혜성의 원리는 단순히 '받으면 갚고 싶다'는 본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은 예상치 못한 호의에 있다. 1+1은 이미 계산된 조건부 제안이고, 우리의 뇌는 그것을 '거래'로 인식한다. 반면 덤은 예상 밖의 작은 선의이고, 뇌는 그것을 '관계'로 받아들인다. 브랜드가 거래의 장소로 기억되느냐, 관계의 장소로 기억되느냐. 그 차이가 결국 재방문율을 결정한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경험이 있었다. 지인과 유명 식당에서 저녁 자리를 하다가 업계 사람들이 합류하게 됐다. 뒤쪽에 넓은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 매니저에게 문의했는데, 처음부터 뭔가 미적지근했다. 명확한 대답 대신 뭔가 애매한 말들이 돌아왔다. 그러다 일행이 실제로 도착하자, 그때서야 예약이 있다고 했다. 시각은 밤 10시 37분. 라스트 오더는 11시이고 문을 닫는 시간은 12시인 식당에서.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느껴졌다. 거의 마감 시간에 대규모 인원이 들어오면 번거로운 일들이 생긴다. 추가 세팅, 늘어나는 서빙, 마감 준비의 지연. 그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어물쩍 둘러댔던 것이고, 결국 사람들이 실제로 오자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댄 것이다. 그 주변에 맛있는 식당은 얼마든지 있었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 우리가 들어간 다음 식당에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직원의 응대가 어찌나 싹싹하고 유쾌하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그 자리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 기분이 좋아졌고, 대화는 더 풍성해졌다. 그 직원의 에너지가 우리 모두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었다. 5만 원이 그 직원 앞에 놓였다. 앞 식당의 매니저는 귀찮음을 피하려다 테이블 한 개의 매출과, 그 이후 이어질 모든 재방문의 가능성을 잃었다. 그 직원은 몇 분의 진심 어린 응대로 5만 원을 손에 쥐었다.
AI 시대일수록, 사람의 감정이 더 귀해진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곧 휴머노이드가 서비스업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들. 그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역설적으로 인간 직원의 역할은 더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로봇은 정확하게 안내하고, 실수 없이 서빙하고, 불평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봇은 고객과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웃어주지는 못한다. 예상치 못한 따뜻한 한 마디를, 그날의 피로를 잠깐 잊게 해주는 유쾌함을 만들어줄 수 없다.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AI 시대에 인간의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이 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객을 바라보는 것. 애매하게 둘러대는 대신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노력. 이런 순간들이 앞으로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이 될 것이다. 현명한 오너라면, 서비스 접점에서 사람이 어떻게 객단가와 재방문율, 그리고 입소문을 결정짓는지를 직원 교육의 가장 핵심에 두어야 한다. 스킬보다 태도가, 매뉴얼보다 진심이, 결국 더 강력한 마케팅이자 브랜딩이다.
비포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무형의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디자인 업이지만, 어엿한 서비스업이다.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응대하느냐, 미팅을 마치고 나서 어떤 감정적 인상을 남기느냐가 다음 프로젝트의 문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결과물이 아무리 훌륭해도 과정에서 쌓인 감정이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릴 수 있다. 반대로 결과물이 평범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신뢰감이 있었다면, 클라이언트는 반드시 다시 연락해온다. 브랜드의 가치는 로고와 패키지와 캠페인에만 있지 않다. 결국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완성된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끝 장면'을 고객에게 남기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