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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많은 사람들은 위기는 외부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경기 침체, 경쟁 심화, 고객 감소, 시장 변화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기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 가깝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비효율과 모순, 흔들리는 기준과 복잡한 구조가 위기의 순간에 한꺼번에 드러난다. 그래서 위기는 브랜드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아니라, 브랜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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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ARTY EXPERT >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레고(LEGO)다. 오늘날 레고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기업이었다. 당시 레고는 블록 장난감 기업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테마파크, 의류, 비디오게임, 미디어 사업, 수많은 라이선스 프로젝트까지 손을 뻗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제품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운영 비용은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브랜드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정작 무엇을 가장 잘하는 기업인지 점점 모호해지고 있었다. 결국 위기는 찾아왔다. 2003년과 2004년, 레고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레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장 환경이 아니었다. 위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지나치게 복잡해진 구조였다. 레고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었고, 너무 많은 곳에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그때 레고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더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복잡하게 늘어난 제품군을 축소하며, 다시 블록이라는 본질로 돌아갔다. 위기의 순간 그들은 "우리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레고는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창의성을 만드는 브랜드였다. 이후 레고는 확장이 아닌 집중을 선택했다. 그리고 회사를 되살린 것은 새로운 사업도, 혁신적인 기술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다시 몰입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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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유튜브 >

 

 

 

비슷한 사례는 닌텐도(Nintendo)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닌텐도는 한때 게임 산업의 절대 강자로 불렸지만, Wii의 성공 이후 출시한 Wii U는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다. 당시 닌텐도는 기술 경쟁과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위기의 원인을 경쟁사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닌텐도는 스스로에게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답은 고사양 하드웨어 경쟁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놀이 경험에 있었다. 이후 출시된 Nintendo Switch는 이러한 철학 위에서 탄생했다. TV와 휴대용 게임기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한 것이다. 결국 닌텐도를 다시 성장시킨 것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마이크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성장 과정에서 고객이 늘어나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확장 자체가 아니라 방향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먼저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가. 무엇이 브랜드의 본질과 멀어졌는가. 어떤 과정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졌는가. 위기는 브랜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브랜드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를 더 만들고, 더 많은 채널에 노출되고,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의 핵심은 무엇을 추가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브랜드의 중심은 더욱 선명해야 한다. 결국 위기는 브랜드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위기를 통과한 브랜드는 이전보다 더 강해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배우기 때문이다.

 

슈퍼 마이크로 브랜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위기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구조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고, 방향을 즉시 바꿀 수 있으며,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도 브랜드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브랜드는 성공할 때보다 위기의 순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위기는 브랜드를 흔들지만, 동시에 브랜드를 정의한다. 결국 위기를 통과한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야말로 그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이다.

  • Founder: D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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