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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칸라이언즈>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며칠 전 아침, PT를 받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레이너가 새로운 운동기구를 소개하며 "이게 PANATTA입니다. 운동기구계의 페라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테크노짐이나 해머 스트렝스 같은 이름은 들어봤지만, 솔직히 운동기구를 브랜드의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운동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기구는 그것을 도와주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기구계의 페라리'라는 표현을 듣는 순간 조금 궁금해졌다. 단순히 비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이탈리아 브랜드라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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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anatta >

 

 

 

이유를 물었더니 답은 의외였다. 가격이나 디자인보다 '궤적'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PANATTA가 강조하는 것 역시 생체역학적 제품 설계와 기술적 디테일의 혁신이다. 결국 멋있게 보이는 운동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고, 그 움직임을 기계의 구조와 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트레이너의 표현으로는 머신인데도 마치 바벨이나 덤벨을 들고 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고 했다. 실제로 몇 세트를 해보니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관절이 기계가 정해놓은 움직임을 억지로 따라가기보다 몸이 움직이는 방향을 기계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느낌에 가까웠고, 목표 근육에는 꽤 선명한 자극이 전달됐다.

 

생각해 보면 운동기구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철로 만든 프레임과 케이블, 원판이지만 실제로 기계가 설계하는 것은 사람의 움직임이다. 몸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느 지점에서 저항을 느끼며, 어떤 근육을 사용하게 할지를 미리 설계한다. 그렇다면 좋은 운동기구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얼마나 화려하게 생겼는가보다 사람의 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날 트레이너가 말했던 '궤적'이라는 단어가 운동을 마친 뒤에도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던 이유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다가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PANATTA 10종 입고, 2억 원 상당 프리미엄 머신 FULL SETTING.' 처음에는 피트니스 센터가 운동기구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는구나 싶었지만, 다시 보니 조금 달랐다. 단순히 비싼 운동기구를 들여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PANATTA라는 브랜드를 들여왔다는 사실 자체를 꽤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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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anatta >

 

 

 

과거 피트니스 센터들은 공간의 크기와 운동기구의 수, 회원권 가격을 경쟁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브랜드의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운동기구는 여전히 B2B 제품이지만, 그것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 회원들까지 브랜드를 알고 그 브랜드를 통해 피트니스 센터의 수준을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PANATTA라는 브랜드를 조금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없어서 직접 만들다

 

PANATTA의 이야기를 읽다가 오래전 약 3년 동안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했던 Porsche가 떠올랐다. 포르쉐의 창업 스토리 가운데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는 Ferry Porsche가 자신이 꿈꾸던 자동차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빈자리를 찾아 만든 자동차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가 세상에 없어서 직접 만들어버린 것이다. PANATTA의 출발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 창업자 Rudi Panatta는 피트니스 산업이 지금처럼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기 훨씬 전부터 운동에 빠져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운동할 수 있는 장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로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둘의 출발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시장조사보다 먼저 창업자 자신만의 기준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오래 보다 보면 이런 출발점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때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찾으며 경쟁사의 빈틈을 발견하려 한다. 물론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브랜드의 시작에는 시장의 빈자리보다 창업자가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질문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PANATTA에게 그것은 결국 '사람의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였을 것이다. 한 사람이 품었던 질문이 제품의 궤적이 되고, 그것이 수십 년 동안 반복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 셈이다.

 

 

 

Made in Italy는 원산지가 아니라 태도다

 

PANATTA가 스스로 내세우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하이엔드 머신의 기준, Made in Italy 100%'다. 이 브랜드를 찾아보면서 더 흥미로웠던 것도 바로 생산 방식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생산 효율을 위해 설계와 부품, 조립을 여러 국가로 나누는 것과 달리 PANATTA는 이탈리아에서 설계와 프로토타이핑부터 가공, 용접, 도장, 조립과 최종 테스트에 이르는 생산의 주요 과정을 직접 통제한다.

 

처음에는 이것 역시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Made in Italy'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는 자동차와 패션, 가구와 산업디자인을 통해 이미 장인정신에 대한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ANATTA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움직임과 궤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프레임의 각도나 회전축의 위치, 레버의 길이 같은 작은 차이 하나가 실제 사용자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산을 직접 통제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믿는 기준을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우리는 브랜딩을 로고와 디자인, 광고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이런 보이지 않는 선택들인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만들 것인지, 무엇을 직접 할 것인지, 효율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만큼은 끝까지 지킬 것인지. 소비자는 그 과정을 모두 알지 못하지만 제품을 경험하는 순간 그 선택의 결과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PANATTA에게 Made in Italy 100%는 원산지 표시라기보다 '우리가 설계한 경험을 우리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태도에 더 가까워 보였다.

 

 

 

운동기구가 아니라 기준을 들여놓다

 

PANATTA를 알고 나니 다시 피트니스 센터에 걸려 있던 배너가 다르게 보였다. 처음에는 '2억 원 상당'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지만, 어쩌면 센터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만큼의 돈을 썼다는 사실보다 PANATTA를 선택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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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anatta >

 

 

 

비슷한 현상은 다른 산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웃도어 제품에서 GORE-TEX라는 이름이 제품의 신뢰를 높이고, 컴퓨터에 붙어 있던 Intel Inside가 완제품의 성능을 설명했던 것처럼 어떤 B2B 브랜드는 어느 순간 자신이 들어간 제품이나 공간의 수준까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PANATTA도 마찬가지다. 회원이 PANATTA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구를 경험하면서 센터가 운동 경험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느낀다. 그래서 어느 순간 "좋은 운동기구가 많은 헬스장"이라는 설명보다 "PANATTA가 있는 헬스장"이라는 한마디가 공간의 수준을 더 빠르게 설명한다. 아마 그날 내가 느꼈던 피트니스 센터의 묘한 자부심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새로운 운동기구 몇 대를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운동 경험의 기준을 공간 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궤적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

 

처음 PANATTA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비싼 이탈리아 운동기구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운동기구계의 페라리'라는 표현 역시 가격과 디자인 때문에 붙은 별명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따라가다 보니 결국 처음 트레이너가 했던 말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PANATTA는 궤적이 다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운동기구가 없어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사람의 몸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고민했으며, 그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생산 과정까지 직접 통제해왔다. 그렇게 반복된 선택들이 제품을 만들고, 제품들이 쌓여 브랜드가 되었으며, 이제는 그 브랜드의 이름이 다른 피트니스 공간의 수준까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좋은 브랜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반복하며, 성장과 효율 앞에서도 그 기준만큼은 쉽게 타협하지 않을 때 하나의 이름에 의미가 쌓인다.

 

운동기구가 사람의 몸에 하나의 궤적을 만들듯 브랜드 역시 오랜 시간 반복된 선택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신만의 궤적을 만든다. 그리고 그 궤적이 충분히 깊어지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브랜드를 다른 제품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브랜드를 기준으로 다른 제품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아마 그것이 하나의 제품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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