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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혁 | ASIA DESIGN PRIZE 미디어 편집장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교수

 

 

 


 

 

 

전통은 브랜드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원료와 제조 방식, 지역에 남아 있는 문양, 음식을 나누는 문화에는 다른 브랜드가 쉽게 가져오기 어려운 배경이 담겨 있다. 이를 제품과 디자인에 연결하면 브랜드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지금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전통의 가치를 알고 있더라도 사용하기 어렵거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브랜드는 과거의 의미와 현재의 필요를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한다. 고유한 원료와 문화적 배경은 유지하면서 이름과 그래픽, 포장과 사용 방법을 현재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전통이 실제로 사용되고 다시 구매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5 수상작인 MIIN SILOK BRAND IDENTITY, Baekje Soju Branding, SaengGwaBang Yakgwa Rebranding, KIMCHI CRUNCH BITES CRUNCH THE WORLD는 이러한 접근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네 작품은 전통의 원료, 역사, 선물 문화, 식습관에서 출발해 각각의 브랜드에 필요한 경험을 설계했다.

 

 

 

브랜드의 차이는 출처에서 시작된다

 

전통을 활용하는 디자인에서는 무엇을 가져올 것인지가 중요하다. 문양과 색상을 선택하기 전에 그것이 제품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원료나 생산 지역, 제조 방식과 연결될 때 전통적 요소는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에 쌀알의 형태와 색상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원료와 디자인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지역의 이름을 가진 브랜드가 그 문화에서 출발한 문양을 사용하면 이름과 외형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시각적 요소의 출처가 분명할수록 브랜드를 설명하는 언어도 명확해진다. 이러한 연결은 제품군을 확장할 때도 중요하다. 하나의 출처에서 이름과 색상, 그래픽의 기준을 정하면 새로운 제품이 추가되어도 같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유지할 수 있다. 전통은 개별 제품의 장식에서 브랜드 전체를 구성하는 기준으로 발전한다.

 

 

 

원료의 이야기를 브랜드의 언어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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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IN SILOK BRAND IDENTITY, ASIA DESIGN PRIZE 2025 WINNER >

 

 

 

미인실록은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의 부산물, 쌀지게미를 핵심 원료로 사용하는 뷰티 브랜드다. ‘미인’과 역사 기록을 뜻하는 ‘실록’을 결합한 이름은 아름다움을 기록한다는 개념을 만들고, ‘Beauty Archive’라는 슬로건이 이를 이어간다. 원료의 배경과 브랜드의 이름이 하나의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에서도 이 관계가 유지된다. 전통적인 세로쓰기에서 영감을 받은 한글 로고타입은 기록이라는 개념을 전달한다. 소프트 아이보리와 다크 브라운, 쌀알 그래픽은 원료를 연상시키고, 한지의 질감과 천, 매듭을 활용한 포장은 한국적 배경을 손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전통 요소의 수가 아니다. 각각의 요소가 같은 이야기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쌀지게미라는 원료, 실록이라는 이름, 기록을 연상시키는 글자 배치와 종이의 질감이 서로 연결된다. 소비자는 긴 설명을 읽기 전에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분위기와 출처를 파악할 수 있다. 뷰티 시장에서 원료는 기능을 설명하는 정보이면서 브랜드를 구별하는 자원이 된다. 미인실록은 원료에 담긴 문화적 배경을 이름과 시각 체계로 발전시켰다. 전통은 제품의 성분과 브랜드의 표현을 연결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지역의 역사를 반복 가능한 시각 체계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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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ekje Soju Branding, ASIA DESIGN PRIZE 2025 WINNER >

 

 

 

백제소주는 전북 부안의 내변산양조장에서 개발한 브랜드다. 2대째 이어온 양조장의 배경 위에 백제라는 이름을 결합하고, 백제의 그림과 벽화, 문양을 현대적인 그래픽과 패턴으로 재해석했다. 브랜드명에서 시작한 역사적 이미지가 제품의 외형까지 이어진다. 주류는 소비자가 맛을 경험하기 전에 병과 라벨, 상자로 먼저 만나는 제품이다. 진열된 여러 제품 사이에서 무엇을 만드는 곳인지, 어떤 성격의 술인지 전달해야 한다. 이때 이름과 패키지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브랜드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백제소주의 패턴은 이름에 담긴 배경을 시각적으로 반복하는 역할을 한다. 역사적 문양을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정리하면 라벨과 상자 등 서로 다른 면에 적용할 수 있다. 개별 이미지를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같은 브랜드로 인식하게 만드는 체계가 된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의 이미지를 제품군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제품이 추가될 때도 공통된 그래픽 언어를 유지하면서 차이를 조정할 수 있다. 지역과 역사는 브랜드의 출발점을 설명하고, 디자인 시스템은 그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다.

 

 

 

전통의 격식을 선물하는 경험으로 연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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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engGwaBang Yakgwa Rebranding, ASIA DESIGN PRIZE 2025 WINNER >

 

 

 

생과방 약과 리브랜딩은 조선 왕실의 별식을 만들던 전각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명을 바탕으로 한다. 로고는 동양화의 낙관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구성하고, 이를 패턴으로 확장했다. 제품별 포장에는 한국의 전통 색상 체계를 적용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포장의 역할이다. 별도의 포장지가 필요하지 않도록 상자 자체를 견고한 선물박스로 만들었다. 색지의 질감을 살리고, 내용물을 꺼낸 뒤에는 수납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내용물과 함께 전달하는 방식도 판단한다. 누구에게 주어도 적절한 모습인지, 추가 포장이 필요한지, 받는 사람이 어떤 인상을 갖게 될지를 생각한다. 패키지가 이 과정을 해결하면 소비자는 제품을 고른 뒤 포장을 따로 고민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생과방은 전통의 격식을 선물을 주고받는 현재의 행동으로 연결했다. 낙관과 색상은 문화적 배경을 전달하고, 상자의 구조와 재료는 실제 사용을 지원한다. 브랜드의 이야기가 구매 이후의 경험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새로운 식탁에 들어갈 사용법을 제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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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CHI CRUNCH BITES CRUNCH THE WORLD, ASIA DESIGN PRIZE 2025 WINNER >

 

 

 

종가의 김치 크런치 바이트는 잘게 썬 배추와 무의 식감을 살려 피자, 타코, 라면,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도록 제안한 제품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김치를 바탕으로, 여러 식문화 안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용 장면을 제시한다. 패키지에는 생동감 있는 코럴 레드 색상과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창을 적용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보기만 해도 안에 담긴 음식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고, 밝은 색상을 통해 경쾌한 인상을 받는다.

 

이 작품이 다루는 핵심은 김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자신의 식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다. 새로운 음식을 구매할 때는 맛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사용 방법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무엇과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피자와 타코처럼 익숙한 음식에 곁들이는 방법은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한다. 소비자가 새로운 식사 방식을 모두 배워야 할 필요 없이, 기존의 식탁에 김치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한다. 디자인의 범위가 포장의 외형에서 제품의 형태와 사용 제안까지 연결되는 사례다.

 

 

 

문화적 의미는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달된다

 

문화인류학자 그랜트 매크래컨은 문화적 의미가 소비재를 거쳐 개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광고와 패션 체계, 선물하기와 일상적인 소비 의례 등이 이러한 의미의 이동에 관여한다는 것이다(McCracken, 1986). 이 관점에서 보면 전통을 활용한 브랜드의 중요한 과제는 문화적 의미를 실제 행동에 연결하는 데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고르고, 포장을 열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자신의 생활에서 사용하면서 브랜드의 의미를 경험한다. 미인실록의 원료와 포장은 일상적인 피부 관리에 한국적 배경을 연결한다. 생과방의 상자는 약과를 선물하는 행동에 격식을 더한다. 김치 크런치 바이트는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과정에서 김치의 사용 범위를 넓힌다. 전통은 제품에 담긴 설명을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남길 것과 바꿀 것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전통을 현재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면 먼저 유지해야 할 가치를 정해야 한다. 원료와 제조 방식이 중요한지, 지역의 기억이 중요한지, 특정한 사용 문화가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이 기준이 분명해야 디자인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브랜드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의 소비자가 어려워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름을 이해하기 어려운지, 포장이 구매 목적에 맞지 않는지, 제품의 사용 방법이 낯선지 살펴보는 것이다. 문제에 따라 글자와 색상을 조정할 수도 있고, 포장의 구조나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까지 바꿀 수도 있다. 미인실록은 원료의 배경을 이름과 시각 언어로 정리했다. 백제소주는 역사적 이미지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패턴으로 만들었다. 생과방은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포장 안에서 해결했고, 김치 크런치 바이트는 익숙한 음식과 함께 먹는 방법을 제안했다. 네 작품은 각자의 제품에 맞는 연결 방식을 선택했다.

 

 

 

전통이 다시 선택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다

 

이 작품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방향은 전통을 오늘의 구매 이유와 연결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료를 이해하고, 브랜드를 구별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새로운 음식을 자신의 식탁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문화적 배경은 이러한 구체적인 경험 안에서 제품의 가치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이 브랜드만이 설명할 수 있는 출처는 무엇인가. 소비자가 현재 필요로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둘을 어떤 제품과 사용 경험으로 연결할 것인가. 문양과 색상을 선택하는 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이 오래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브랜드의 중요한 배경이다. 앞으로도 사용되고 선택되려면 현재의 생활 안에서 분명한 역할을 가져야 한다. 디자인은 그 역할을 찾고 구체화한다. 과거에서 가져온 원료와 이야기, 형태가 오늘의 손에 맞고 식탁에 놓이며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제품이 될 때, 전통은 지금의 브랜드로 이어진다.

  • Founder: Doyoung Kim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454-86-01044
  • Copyright © DESIGNSORI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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