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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누군가 내 브랜드를 1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과 경제적 가치는 다르다. 창업자가 자신의 브랜드에 쏟아부은 열정과 시간이 반드시 시장에서 인정받는 금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 브랜드의 가치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매출이 높은 기업을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출이 100억 원이어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기업이 있고, 매출은 10억 원이지만 매년 안정적으로 3억 원의 순이익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더 중요한 차이는 창업자가 일을 멈췄을 때 드러난다. 창업자가 매일 출근해야만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과, 창업자가 없어도 시스템을 통해 수익이 반복되는 사업은 같은 금액을 벌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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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는 PER(주가수익비율)이다. PER은 기업의 가치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매년 1억 원의 순이익을 만드는 기업에 PER 10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10억 원이 된다. 물론 실제 기업가치 평가는 업종과 성장성, 사업 위험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PER 10배가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는 출발점으로는 충분히 유용하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창업자의 노동으로 만들어낸 이익과 브랜드 자체가 만들어내는 이익이다. 창업자가 영업부터 고객 응대, 운영까지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며 연간 1억 원을 벌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창업자를 대신할 직원을 고용하는 데 연간 6,000만 원이 필요하다면, 실제로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창출하는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단순 계산으로는 4,000만 원이 남고, 여기에 PER 10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4억 원이 된다. 반대로 창업자의 노동 없이도 연간 1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면 같은 기준에서 10억 원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같은 1억 원을 벌어도 브랜드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창업자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가 아니라, 창업자의 노동이 얼마나 브랜드의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있는가이다. 마이크로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것은 창업자가 모든 일을 잘하는 조직이 아니라, 창업자가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시스템만 갖추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수익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가이다. 고객이 가격이 조금 올라도 다시 찾아오는지, 경쟁사가 등장해도 브랜드를 선택하는지, 광고를 줄여도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는지에 따라 미래의 수익은 달라진다. 고객의 충성도와 가격 결정력,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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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GQ India >

 

 

 

미국의 커피 브랜드 Starbucks를 생각해 보자.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커피의 원재료가 다른 커피 전문점보다 압도적으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원두와 뛰어난 바리스타를 갖춘 카페는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는 익숙한 스타벅스의 로고를 보고 매장에 들어간다. 일정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고, 공간과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신뢰하는 경험을 다시 선택한다. 스타벅스의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반복적인 선택에 있다. 고객이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오는 과정에서 신뢰는 경제적 자산으로 축적된다. 매번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고,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돕는다. 같은 커피를 판매하더라도 브랜드가 축적한 신뢰에 따라 사업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가치는 현재의 순이익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같은 순이익이라도 수익이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 더 높은 배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고객이나 창업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경쟁사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PER은 단순한 계산식이지만, 그 배수를 결정하는 것은 브랜드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경쟁력이다.

 

나는 마이크로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할 때 규모보다 독립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몇 명인지, 사무실이 얼마나 큰지보다 창업자가 자리를 비워도 고객에게 같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창업자는 자신의 경험을 운영 기준으로 만들고, 반복되는 업무를 시스템에 맡기며, 고객과의 관계가 개인이 아닌 브랜드에 남도록 해야 한다. 작은 조직을 유지하는 것과 창업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매출을 늘리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 벌어들인 이익이 내일도 반복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신뢰가 축적되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는 창업자의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사업과 가치 있는 브랜드의 차이다.

 

언젠가 누군가 내 브랜드의 가치를 묻는다면 먼저 연간 순이익을 계산해 보자. 그리고 그 이익에서 창업자 자신의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제외해 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이익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랜드의 경제적 가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내가 일을 해야 돈을 버는 것은 나의 능력이고,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브랜드의 능력이다."

  • Founder: D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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